일단 메모해두면 나중에 유용하겠지

“좋은 아이디어는 기록해야 해.”
생산성 전문가들이 말했다:
“모든 것을 캡처하라.”
“두뇌는 저장소가 아니라 처리기다.”
“외부 시스템에 기록하고, 머리를 비워라.”
그래, 모든 걸 메모하자.
메모 시스템을 구축했다

1단계: 도구 선택
Notion을 선택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조:
- 📥 Inbox – 모든 메모가 처음 들어오는 곳
- 📚 독서 노트 – 책에서 배운 것
- 💡 아이디어 – 떠오르는 생각들
- 📝 회의록 – 회의 내용 기록
- 🎬 영상 메모 – 유튜브/강의에서 배운 것
- 💬 대화 메모 – 인상 깊은 대화
- 🔖 스크랩 – 기사/글 저장
- 📋 할 일 아이디어 – 나중에 할 것들
- 🏷️ 태그 관리 – 메모 분류용
속성 (Properties):
– 날짜
– 카테고리
– 태그 (다중 선택)
– 출처
– 상태 (처리 안 됨 / 처리됨 / 아카이브)
– 중요도 (상/중/하)
– 관련 링크
“완벽한 시스템이야!”
2단계: 캡처 습관
모든 곳에서 메모:
회의 중:
– 노트북 열고 Notion 켜기
– 발언 내용 실시간 기록
– 액션 아이템 표시
책 읽을 때:
– 인상 깊은 구절 메모
– 내 생각 추가
– 페이지 번호 기록
유튜브 볼 때:
– 핵심 내용 메모
– 타임스탬프 기록
– 나중에 적용할 것 메모
대화 중:
– 인상 깊은 말 바로 메모
– 핸드폰 메모 앱 → 나중에 Notion으로 이동
산책 중:
– 떠오르는 아이디어 음성 메모
– 나중에 텍스트로 변환
“모든 순간을 캡처하고 있어!”
메모가 쌓이기 시작했다
1개월 후:
Inbox: 127개 메모
– 미처리: 127개
– 처리됨: 0개
독서 노트: 34개
아이디어: 89개
회의록: 23개
영상 메모: 67개
대화 메모: 18개
스크랩: 156개
총: 514개 메모
“와, 한 달 만에 500개 넘게 기록했어!”
뿌듯함 ✨
메모는 했는데 다시 안 봤다

Inbox 127개:
“나중에 정리해야지…”
1주 후: 아직 127개
2주 후: 아직 127개
3주 후: 새 메모 43개 추가 → 170개
4주 후: 새 메모 31개 추가 → 201개
Inbox는 계속 커지기만 했다.
독서 노트 34개:
책을 읽고 열심히 메모했다.
“나중에 복습해야지…”
복습한 횟수: 0회
메모는 있는데, 다시 열어본 적 없음.
아이디어 89개:
“오, 이 아이디어 좋다!”
메모해둠.
“나중에 실행해야지…”
실행한 아이디어: 0개
회의록 23개:
회의 내용 꼼꼼히 기록.
“나중에 참고해야지…”
다시 열어본 회의록: 0개
영상 메모 67개:
유튜브 보면서 핵심 내용 기록.
“나중에 적용해야지…”
적용한 것: 0개
독서 기록 앱에 책만 등록하고 읽지 않은 것처럼, 기록과 활용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메모하는 게 목표가 되었다
증거 1: 캡처 중독
강의 들을 때:
“이거 메모해야 해!”
열심히 적음.
5분 후:
강사가 다음 내용 설명 중.
“잠깐, 아까 거 다 못 적었는데…”
놓친 내용이 신경 쓰임.
“메모 못 하면 손해 보는 것 같아.”
결과:
– 강의 이해: 50% (메모하느라 집중 못 함)
– 메모 양: 100% (모든 것 기록)
– 나중에 복습: 0%
메모하느라 학습을 못 했다.
증거 2: 기록 = 학습 착각
착각:
– 메모함 = 배움
– 저장함 = 내 것
– 기록함 = 기억함
현실:
– 메모함 = 타이핑만 함
– 저장함 = Notion에 있을 뿐
– 기록함 = 곧 까먹음
책 읽고 메모한 것:
– 3개월 후: 무슨 내용인지 기억 안 남
– 메모 다시 봐야 함
– 근데 메모 다시 안 봄
– 결국 모름
메모 안 하고 집중해서 읽었으면:
– 어느 정도는 기억에 남았을 것
– 핵심은 내 것이 됐을 것
Notion 템플릿만 모으고 사용 안 한 것처럼, 시스템은 완벽한데 활용은 안 했다.
증거 3: 스크랩 지옥
패턴:
- 좋은 글 발견
- “나중에 읽어야지” → 스크랩
- 다음 좋은 글 발견
- “이것도 읽어야지” → 스크랩
- 반복
결과:
– 스크랩한 글: 156개
– 읽은 글: 3개
– 기억나는 글: 0개
스크랩 = 읽은 척
“나중에 읽으려고 저장해둔” 글은 영원히 안 읽는다.
메모가 쓰레기가 되었다
6개월 후:
총 메모: 1,247개
상태:
– 다시 본 메모: 약 20개 (2%)
– 활용한 메모: 약 5개 (0.4%)
– 나머지: 디지털 쓰레기
메모의 가치:
가치 있는 메모 = 다시 보는 메모
다시 안 보는 메모 = 가치 0
1,247개 × 0 = 0
1,247개 메모의 실제 가치: 거의 0
검색도 안 했다:
Notion의 강력한 검색 기능.
“필요하면 검색하면 되니까!”
검색한 횟수: 월 1-2회
검색해서 찾은 메모:
– 대부분 “아, 이런 게 있었지” → 닫기
– 실제 활용: 거의 없음
왜?
– 어떤 메모가 있는지 모름
– 뭘 검색해야 할지 모름
– 찾아도 맥락을 까먹음
메모 없이 1주일 실험
“메모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규칙:
– 메모 앱 열지 않기
– 캡처 안 하기
– 대신 집중해서 듣기/읽기
– 정말 중요한 것만 행동으로
Day 1: 회의
메모 없이 회의 참석.
평소:
– 노트북 열고 메모
– 발언 내용 기록
– 회의 집중도: 60%
오늘:
– 노트북 닫고 참여
– 적극적으로 듣기
– 회의 집중도: 100%
– 중요한 액션 아이템 3개 기억
메모 없이 더 잘 기억했다.
Day 3: 책 읽기
메모 없이 독서.
평소:
– 읽다가 멈춤 → 메모
– 읽다가 멈춤 → 메모
– 독서 흐름 끊김
– 메모는 많은데 책 내용 기억 안 남
오늘:
– 쭉 읽기
– 흐름 유지
– 책 전체 맥락 이해
– 핵심 3가지 기억
메모 없이 더 잘 이해했다.
Day 7: 결과
메모 수:
– 이전: 주 50개
– 이번 주: 0개
기억/학습:
– 이전: 메모는 많은데 기억 안 남
– 이번 주: 메모 없는데 핵심은 기억남
실행:
– 이전: 메모만 하고 실행 안 함
– 이번 주: 바로 실행
역설:
메모를 안 할 때 오히려 더 잘 배웠다.
깨달은 것
메모의 함정:
1. 캡처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목표: 배우고 적용하기
함정: 메모하기 자체가 목표
2. 기록 ≠ 기억
메모하면 기억할 것 같지만,
메모에 의존하면 뇌가 기억 안 함.
외부 저장 → 내부 저장 감소
3. 양 < 질
1,247개 메모 (다시 안 봄) < 10개 메모 (자주 복습)
4. 다시 안 볼 메모는 쓰레기
가치 = 활용도
다시 안 보면 = 가치 0
5. 메모가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 메모하느라 집중 못 함
- 기록에 의존해서 기억 안 함
- 메모했으니 됐다고 착각
생산성 책만 사고 읽지 않은 것처럼, 수집이 실행을 대체했다.
새로운 원칙
1. 메모 전 질문
메모하기 전:
– “이걸 다시 볼 건가?” → NO면 안 씀
– “지금 바로 쓸 수 있나?” → NO면 안 씀
– “액션 아이템인가?” → NO면 안 씀
2. 3-메모 룰
하루에 메모는 최대 3개.
강제로 선별하게 됨:
– 정말 중요한 것만 메모
– 나머지는 흘려보내기
3. 24시간 룰
메모한 것은 24시간 내에:
– 복습하거나
– 실행하거나
– 삭제하거나
Inbox에 쌓아두지 않기.
4. 주간 리뷰
일주일에 한 번:
– 모든 메모 확인
– 활용 안 할 것 삭제
– 남은 것만 정리
5. 메모 < 집중
메모할 상황:
– 우선 집중해서 듣기/읽기
– 끝나고 핵심 1-3개만 메모
– 가능하면 바로 실행
지금 나의 시스템
메모 수:
– 이전: 1,247개
– 현재: 47개 (96% 삭제)
남긴 메모:
– 액션 아이템: 12개
– 중요 참고사항: 15개
– 아이디어 (검증된 것): 8개
– 핵심 인사이트: 12개
규칙:
– 하루 메모 최대 3개
– 24시간 내 처리
– 주 1회 정리
– 안 볼 것 같으면 안 씀
결과:
이전:
– 메모: 1,247개
– 활용: 5개 (0.4%)
– 기억: 거의 없음
현재:
– 메모: 47개
– 활용: 40개 (85%)
– 기억: 핵심은 다 기억
메모 96% 감소, 활용도 200배 증가
결론: 메모보다 집중이 답이다
메모의 역설:
문제:
– 모든 걸 기록
– 다시 안 봄
– 기록 = 학습 착각
– 메모가 목표
해결:
– 선별해서 기록
– 바로 활용
– 집중이 우선
– 실행이 목표
1,247개 메모하고 활용 안 하는 것보다,
메모 없이 집중하고 바로 실행하는 게 1000배 낫다.
가장 좋은 메모는 머리에 남는 메모다.
메모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배우고 적용하는 게 목표다.
P.S. 이 글을 쓰면서 메모를 하나도 안 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다. 그게 더 자연스럽고, 더 내 것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