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를 아끼려고 워크플로우 최적화만 하다가 3시간을 날렸다

1초가 아까웠다

“이 작업, 매번 10초나 걸리네. 최적화하면 되겠다.”

파일명 변경하는 작업이었다. 클릭 두 번, 타이핑, 엔터. 10초.

“하루에 10번 하면 100초… 한 달이면 50분이나 낭비네!”

그렇게 최적화 여정이 시작됐다.

완벽한 효율 추구

화면에 가득한 단축키 치트시트, 여러 개의 스크립트 파일, 워크플로우 다이어그램

첫 번째 최적화: 단축키 마스터하기

모든 도구의 단축키를 외웠다.

  • VS Code: 120개 단축키 암기
  • Notion: 80개 단축키 암기
  • Chrome: 50개 단축키 암기
  • macOS: 100개 단축키 암기

“마우스 쓰는 시간이 1초인데, 단축키는 0.1초니까 0.9초 절약!”

두 번째 최적화: 스크립트 자동화

반복 작업을 스크립트로 만들었다.

# 작성 시간: 2시간
# 절약 시간: 작업당 5초

“이제 5초만에 끝나!”

세 번째 최적화: 워크플로우 개선

모든 작업 단계를 분석했다.

  • 클릭 횟수: 7번 → 3번으로 줄임 (-4초)
  • 타이핑 거리: 최적 키보드 배치 연구 (-0.5초)
  • 화면 전환: 듀얼 모니터 배치 최적화 (-2초)

“총 6.5초 절약!”

최적화의 늪

하나를 최적화하면, 또 다른 게 눈에 띄었다.

1일차:
“이메일 확인하는 데 10초 걸리네. 단축키 만들자.”
→ 단축키 설정: 30분 소요
→ 절약 시간: 하루 5초

2일차:
“Notion 페이지 여는 데 3초 걸려. 북마크 최적화하자.”
북마크 정리: 1시간 소요
→ 절약 시간: 하루 2초

3일차:
“터미널 명령어 치는 게 너무 길어. alias 만들자.”
→ alias 설정 및 문서화: 45분 소요
→ 절약 시간: 명령어당 1초

4일차:
“앱 전환하는 데 1초 걸려. 커스텀 단축키 설정.”
→ 설정 시간: 20분 소요
→ 절약 시간: 전환당 0.5초

5일차:
“마우스 움직이는 거리가 너무 멀어. 트랙패드 설정 조정.”
→ 설정 및 적응: 1시간 소요
→ 절약 시간: 클릭당 0.1초

일주일 총 소요 시간: 14시간
일주일 총 절약 시간: 2분

최적화가 중독이 됐다.

1초를 아끼려고 3시간을 쓰다

복잡한 계산식과 타이머가 가득한 스프레드시트, 최적화 수치를 분석하는 그래프

실제 사례: 파일 정리 자동화

기존 방법:
– 파일 10개 수동 정리
– 소요 시간: 5분

최적화 목표:
“스크립트 만들면 30초로 줄일 수 있어!”

최적화 과정:
1. Python 스크립트 작성 (1시간)
2. 예외 처리 추가 (30분)
3. 다양한 파일 형식 대응 (1시간)
4. 에러 디버깅 (30분)
5. 문서화 (30분)

총 소요 시간: 3.5시간

절약 시간 계산:
– 기존: 5분
– 최적화 후: 30초
– 절약: 4분 30초

손익분기점:
3.5시간 ÷ 4.5분 = 47번 사용해야 이득

실제 사용 횟수: 3번

1초를 아끼려고 3시간을 썼는데, 정작 3번밖에 안 썼다.

최적화는 했는데 일은 안 했다

어느 날 깨달았다.

이번 주 한 일:
– 단축키 외우기: 5시간 ✅
– 스크립트 작성: 8시간 ✅
– 워크플로우 최적화: 6시간 ✅
– 설정 조정: 4시간 ✅

이번 주 실제 완료한 업무:
– 프로젝트 진행: 10%
– 중요한 작업: 1개
– 기한 놓친 작업: 2개

역설:
최적화하는 데 시간을 써서, 정작 일은 안 했다.

최적화 중독의 심리

심리학에서 말하는 “준비 회피(Preparation Procrastination)” 현상이었다.

실제 패턴:
1. 중요한 작업이 있다
2. “일단 환경부터 완벽하게 갖추자”
3. 최적화에 몰입
4. 시간이 다 감
5. 작업은 안 함

왜?

  • 최적화는 명확한 성취감을 준다
  • 실제 업무는 불확실하고 어렵다
  • 최적화는 “생산적인 척” 할 수 있다

비유:
달리기 대회에 나가는데, 신발 끈 묶는 법을 3시간 동안 연구하는 것.

신발 끈이 아무리 완벽해도, 달리지 않으면 의미 없다.

독서 기록 앱에 책을 등록만 하고 읽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도구 설정에 집착하면 본질을 놓친다.

미세 최적화의 함정

함정 1: 비용 vs 효과 계산 안 함

“1초 절약!” → 좋게 들린다.

하지만:
– 최적화 시간: 2시간
– 절약 시간: 1초 × 10번 = 10초
– 손익분기점: 720번 사용

현실: 한 달에 10번 사용 → 6년 후에 본전

함정 2: 실제 병목 지점이 아님

진짜 느린 건:
– 생각하는 시간: 10분
– 결정하는 시간: 5분
– 집중력 회복: 15분

최적화한 건:
– 클릭 시간: 1초
– 타이핑 시간: 2초

1초를 아끼는 동안, 10분은 낭비하고 있었다.

함정 3: 유지보수 비용

최적화한 건:
– 커스텀 단축키 50개
– 자동화 스크립트 20개
– 특수 설정 30개

문제:
– macOS 업데이트 → 단축키 충돌 (수정 2시간)
– 앱 업데이트 → 스크립트 오작동 (디버깅 3시간)
– 새 컴퓨터 → 모든 설정 이전 (5시간)

절약한 시간보다 유지보수 시간이 더 길다.

클라우드에 복잡한 폴더 구조를 만들었지만 찾지 못했던 것처럼, 복잡한 시스템은 유지보수 비용만 증가시킨다.

최적화를 멈췄다

최적화 도구들을 정리하고 단순한 작업 환경으로 돌아간 깨끗한 화면

3개월 후, 대부분의 최적화를 포기했다.

지운 것:
– 커스텀 단축키 50개 → 5개만 남김
– 자동화 스크립트 20개 → 2개만 남김
– 복잡한 워크플로우 → 기본 방식으로 회귀

남긴 최적화 (5개):

  1. 이메일 -> 할 일 변환 (하루 20번 사용)
  2. 최적화 시간: 30분
  3. 절약 시간: 사용당 10초 = 하루 3분
  4. 손익분기: 10일 → ✅ 가치 있음

  5. 자주 쓰는 코드 스니펫 (하루 50번 사용)

  6. 최적화 시간: 1시간
  7. 절약 시간: 사용당 30초 = 하루 25분
  8. 손익분기: 2.4일 → ✅ 가치 있음

  9. 프로젝트 템플릿 (주 1회 사용)

  10. 최적화 시간: 2시간
  11. 절약 시간: 사용당 10분
  12. 손익분기: 12주 → ⚠️ 경계선

  13. 반복 작업 스크립트 (매일 사용)

  14. 최적화 시간: 3시간
  15. 절약 시간: 사용당 5분 = 하루 5분
  16. 손익분기: 36일 → ✅ 가치 있음

  17. 단축키 5개 (하루 100번 사용)

  18. 최적화 시간: 10분
  19. 절약 시간: 사용당 1초 = 하루 100초
  20. 손익분기: 즉시 → ✅ 가치 있음

지운 최적화 (95%):
– 하루 1~2번 쓰는 것
– 손익분기점이 6개월 이상
– 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것

역설적인 결과

최적화를 줄인 후:

소비한 최적화 시간:
– 주당 20시간 → 주당 1시간

완료한 실제 업무:
– 프로젝트 3개 → 6개
– 기한 준수율: 60% → 95%

생산성:
– 19시간을 실제 업무에 사용
– 결과물이 3배 증가

역설:
최적화를 안 할수록, 더 많이 완료했다.

깨달은 것

미세 최적화의 함정:

1. 1초는 중요하지 않다
– 진짜 병목: 집중력, 결정, 사고
– 클릭 1초보다 “뭘 할지 고민” 10분이 문제

2. 최적화는 회피의 한 형태다
– 어려운 일을 미루고 싶을 때
– “준비”라는 명목으로 시간 소비
– 실제 업무를 피하는 수단
도구 수집에 집착했던 것과 같은 패턴

3. 완벽한 환경은 없다
– 환경이 완벽해도 일은 어렵다
– 80% 환경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 완벽을 기다리면 시작을 못 함

4.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하라
– 최적화 시간 vs 절약 시간
– 손익분기점이 언제인가?
– 실제로 그만큼 사용하는가?

최적화가 가치 있는 경우

5개의 남긴 최적화의 공통점:

1. 빈도가 매우 높다
– 하루 10번 이상 사용
– 매일 반복되는 작업

2. 손익분기점이 1개월 이내
– 빠르게 본전
– 명확한 이득

3. 유지보수가 거의 없다
– 한 번 설정하면 끝
– 업데이트에 영향 적음

4. 설정이 간단하다
– 30분 이내 완료
– 복잡한 의존성 없음

나머지는 하지 마라.

결론: 완벽한 효율보다 실행

미세 최적화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1초 아끼려고 3시간 쓰기
– 최적화가 회피가 됨
– 준비만 하고 실행 안 함

해결책:
– 80% 환경에서 시작하기
– 비용 대비 효과 계산하기
– 고빈도 작업만 최적화

완벽한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데 10시간 쓰는 것보다, 불완전한 환경에서 10시간 일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최적화를 멈추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Perfect is the enemy of good.” – Voltaire

완벽을 추구하다가 좋은 것도 놓친다. 1초를 아끼려다 3시간을 날린다.


P.S. 이 글도 “완벽한 제목”을 찾느라 30분을 썼다. 그냥 쓰고 발행하는 게 나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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