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앱이 마음에 안 들었다
“Evernote 너무 느려…”
노트 하나 여는 데 3초.
“더 좋은 앱 있을 거야.”
노트 앱 순례의 시작

3년 동안 사용한 앱: 12개
1년차:
1월: Evernote
– 장점: 검색 빠름, 안정적
– 단점: 느림, 디자인 구림
– 노트 수: 234개
“디자인이 너무 구린데… Notion 써볼까?”
3월: Notion
– 마이그레이션: 2주 소요
– 모든 노트 수동 이동
– 템플릿 30개 제작
– 장점: 예쁨, 강력함
– 단점: 느림, 인터넷 필요
– 노트 수: 234개 → 267개
“오프라인에서 안 되네… Bear 써볼까?”
6월: Bear
– 마이그레이션: 1주 소요
– 장점: 빠름, 심플
– 단점: 기능 부족, Mac만 가능
– 노트 수: 267개 → 198개 (일부 포기)
“기능이 너무 없어… Roam Research 써볼까?”
9월: Roam Research
– 마이그레이션: 3주 소요
– 장점: 양방향 링크, 혁신적
– 단점: 비쌈 ($15/월), 버그 많음
– 노트 수: 198개 → 143개
“너무 비싼데… Obsidian 써볼까?”
2년차:
1월: Obsidian
– 마이그레이션: 1개월 소요
– 플러그인 50개 설치
– 장점: 로컬, 무료, 강력
– 단점: 복잡함, 학습 곡선
– 노트 수: 143개 → 178개
“설정이 너무 복잡해… Craft 써볼까?”
4월: Craft
– 마이그레이션: 1주 소요
– 장점: 아름다움, 직관적
– 단점: 고가, 기능 제한
– 노트 수: 178개 → 156개
“이것도 완벽하진 않네… Logseq 써볼까?”
7월: Logseq
– 마이그레이션: 2주 소요
– 장점: 아웃라이너, 오픈소스
– 단점: UI 투박
– 노트 수: 156개 → 134개
3년차:
1월: Remnote
3월: Amplenote
5월: Mem
7월: Reflect
9월: 다시 Notion으로…
총 마이그레이션 소요 시간: 약 400시간
현재 노트 수: 89개
234개 → 89개. 145개 손실.
앱 평가 루틴

새 앱을 발견할 때마다:
1단계: 리서치 (5시간)
– YouTube 리뷰 10개 시청
– 블로그 아티클 20개 읽기
– Reddit 커뮤니티 탐색
– Twitter 의견 수집
2단계: 평가 스프레드시트 작성 (2시간)
| 기능 | Notion | Obsidian | Roam | Bear |
|---|---|---|---|---|
| 속도 | 3/5 | 5/5 | 4/5 | 5/5 |
| 디자인 | 5/5 | 3/5 | 2/5 | 5/5 |
| 기능 | 5/5 | 5/5 | 4/5 | 2/5 |
| 가격 | 4/5 | 5/5 | 1/5 | 4/5 |
| … | … | … | … | … |
3단계: 테스트 (1주)
– 무료 체험
– 샘플 노트 작성
– 워크플로우 테스트
4단계: 마이그레이션 결정 (3일 고민)
5단계: 실제 마이그레이션 (1-4주)
한 앱당 평균: 40시간
12개 앱 × 40시간 = 480시간
마이그레이션의 악몽
Notion → Obsidian 마이그레이션:
1단계: 노트 내보내기
– Notion 모든 페이지 선택
– Export → Markdown
– 267개 파일 다운로드
2단계: 형식 변환
– Notion 문법 → Markdown 문법
– 이미지 링크 수정
– 데이터베이스 → 폴더 구조
– 수동 작업: 20시간
3단계: Obsidian 설정
– 플러그인 50개 설치
– 각 플러그인 설정
– 테마 고르기
– 핫키 설정
– 소요: 8시간
4단계: 폴더 구조 재설계
– Notion 데이터베이스 → 폴더
– 태그 시스템 구축
– 링크 수정
– 소요: 12시간
총 소요: 1개월 (40시간)
그리고 3개월 후: 다시 다른 앱으로…
모든 게 다시 처음부터.
완벽한 앱은 없었다
각 앱의 문제:
Evernote:
– 느림
– 디자인 구림
– 하지만: 검색 최고, 안정적
Notion:
– 인터넷 필요
– 느림
– 하지만: 강력함, 예쁨
Obsidian:
– 복잡함
– 설정 지옥
– 하지만: 로컬, 무료
Roam:
– 비쌈
– 버그 많음
– 하지만: 양방향 링크 혁신적
Bear:
– Mac만
– 기능 부족
– 하지만: 빠르고 심플
깨달음:
완벽한 앱은 없다. 모두 trade-off가 있다.
앱을 바꾸는 동안 노트는 안 썼다
통계:
3년 동안:
– 앱 평가 시간: 60시간
– 마이그레이션 시간: 400시간
– 총 460시간
실제 노트 작성:
– 새로운 노트: 12개
– 평균: 연 4개
역설:
노트 앱을 찾느라 노트를 안 썼다. 독서 기록 앱에 책만 등록하고 읽지 않는 것과 똑같다.
비유:
완벽한 러닝화를 찾느라 3년 동안 안 뛰는 것.
신발이 아무리 좋아도, 안 뛰면 의미 없다.
앱 쇼핑의 심리
왜 계속 바꿨나?
1. “완벽한 앱” 환상
– “이 앱만 있으면 생산적일 거야”
– 실제: 앱 문제가 아니라 습관 문제
2. 새로움의 흥분
– 새 앱 = 새로운 시작 느낌
– 처음 1주일은 열정적
– 2주 후: 식어버림
3. 회피
– 진짜 문제: 노트 작성 안 함
– 회피: “앱이 맘에 안 들어서”
– 앱 바꾸기 = 북마크 정리하는 것처럼 생산적인 척
4. 매몰 비용
– “40시간이나 들여서 옮겼는데…”
– “조금만 참고 써볼까”
– “역시 안 되네”
– “다른 앱 찾아봐야지”
앱 쇼핑을 멈췄다

3년 후, 깨달았다.
“앱이 문제가 아니었어.”
결정:
가장 단순한 앱 선택: Apple Notes
이유:
– 기본 앱 (설치 불필요)
– 빠름
– 충분한 기능
– 동기화 자동
– 무료
포기한 것:
– 양방향 링크 ❌
– 데이터베이스 ❌
– 플러그인 ❌
– 커스터마이징 ❌
– 마크다운 ❌
받아들인 것:
– 충분히 좋음 ✅
– 빠르게 시작 ✅
– 복잡성 최소 ✅
역설적인 결과
단순한 앱으로 바꾼 후:
마이그레이션 시간:
– 이전 3년: 400시간
– 이후 1년: 0시간
작성한 노트:
– 이전 3년: 12개
– 이후 1년: 287개
생산성:
– 이전: 앱 설정에 시간 소비
– 이후: 노트 작성에 집중
역설:
가장 단순한 앱이 가장 생산적이었다.
깨달은 것
노트 앱 쇼핑의 함정:
1. 앱 ≠ 생산성
– 완벽한 앱 ≠ 많은 노트
– 단순한 앱 + 습관 = 성과
2. 완벽은 없다
– 모든 앱은 trade-off
– 80% 만족하면 충분
– 100% 찾다가 시간만 낭비
3. 마이그레이션 비용
– 40시간씩 소비
– 노트 손실
– 피로도 증가
4. 새로움 vs 습관
– 새 앱 = 흥분
– 오래된 앱 = 지루함
– 하지만 습관이 중요
5. 도구가 아니라 사용
– 최고의 앱 + 사용 안 함 = 0
– 기본 앱 + 매일 사용 = 성과
– 클라우드 스토리지도 마찬가지 – 수집보다 활용
노트 앱 선택 가이드
언제 앱을 바꿔야 하는가?
✅ 바꿔야 할 때:
- 치명적 버그
- 노트 손실
- 앱 크래시
-
동기화 실패
-
가격 문제
- 감당 불가능한 가격
-
무료 대안 존재
-
플랫폼 문제
- Mac만 → Windows 필요
- 모바일 지원 없음
❌ 바꾸면 안 될 때:
- “더 좋은 앱”
- 기능 10% 더 좋음
-
마이그레이션 40시간
-
지루함
- “새로운 앱 써보고 싶어”
-
문제: 앱이 아니라 습관
-
완벽주의
- “이 앱엔 X 기능이 없어”
- 실제론 안 씀
노트 앱 선택 원칙
첫 노트 앱 선택:
1단계: 기본 앱 시도 (1개월)
– Apple Notes / Google Keep
– 무료, 빠름, 간단
– 1개월 써보기
2단계: 부족함 확인
– 정말 부족한가?
– 구체적 문제는?
– 대안 필요한가?
3단계: 최소 업그레이드
– 1-2개 기능만 더 필요
– 단순한 앱 선택
– 장기 사용 가능성
선택 기준:
- 빠른 실행 (3초 이내)
- 검색 (1초 이내)
- 동기화 (자동)
- 오프라인 (가능)
- 가격 (무료 or 저렴)
- 장기 생존 (큰 회사)
나머지는 보너스:
– 양방향 링크
– 데이터베이스
– 플러그인
– 마크다운
결론: 도구보다 사용
노트 앱 쇼핑의 역설은 명확하다.
문제:
– 완벽한 앱 찾기에 집착
– 마이그레이션에 수백 시간
– 정작 노트는 안 씀
해결책:
– “충분히 좋은” 앱 선택
– 마이그레이션 최소화
– 노트 작성에 집중
완벽한 앱을 찾는 데 400시간 쓰는 것보다, 기본 앱으로 노트 287개 쓰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노트 앱은 당신이 실제로 사용하는 앱이다.
“The best camera is the one you have with you. The best note app is the one you actually open.”
가장 좋은 노트 앱은 항상 들고 다니는 앱. 실제로 여는 앱.
완벽한 앱을 찾지 말고, 지금 있는 앱을 사용하라.
비밀번호 관리자를 4개나 동시에 쓰다가 정작 로그인을 못 했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도구가 많아질수록 혼란만 커진다.
P.S. 이 글은 Apple Notes에서 작성했다. 기능은 부족하지만, 열고 쓰기 시작하는 데 3초밖에 안 걸렸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