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트래커를 만들었는데 습관은 하나도 안 생겼다

습관 트래커만 있으면 습관이 저절로 생기겠지

“21일이면 습관이 된다.”
“66일이면 자동화된다.”
“시각화하면 동기부여가 된다.”

습관 형성의 핵심은 트래킹이라고 했다.

그래, 완벽한 트래커를 만들자.

트래커 시스템을 구축했다

1단계: 도구 선택

Notion을 선택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조:

  1. 습관 목록 – 만들고 싶은 습관들
  2. 일일 체크 – 매일 체크하는 표
  3. 주간 리뷰 – 주간 달성률 분석
  4. 월간 통계 – 월간 그래프
  5. 연속 기록 – 스트릭 표시

속성:
– 습관 이름
– 카테고리 (건강/학습/생산성/마음)
– 시간대 (아침/점심/저녁)
– 소요 시간
– 중요도
– 연속 일수
– 총 달성률

“완벽한 시스템이야!”

2단계: 습관 목록 작성

만들고 싶은 습관:

  1. 🌅 5시 기상
  2. 🧘 명상 20분
  3. 📝 저널링 15분
  4. 🏃 운동 30분
  5. 📚 독서 30분
  6. 💧 물 2L 마시기
  7. 🥗 건강한 식사
  8. 📱 SNS 1시간 제한
  9. 🛏️ 11시 취침
  10. 🎯 딥워크 2시간
  11. 📧 이메일 2회만 확인
  12. 🚶 산책 20분

12개 습관, 매일 체크.

5시 기상 루틴에 집착했던 것처럼,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고 했다.

3단계: 트래커 디자인

시각화:
– ✅ 완료: 초록색
– ❌ 미완료: 빨간색
– ⏭️ 스킵: 노란색
– 🔥 연속 7일: 불꽃 이모지

추가 기능:
– 주간 달성률 자동 계산
– 월간 히트맵 그래프
– 연속 기록 배지 시스템
– 습관별 메모 기능

설정 시간: 6시간

“이제 습관 형성 시작이다!”

1주일: 완벽한 시작

Day 1:

✅ 5시 기상
✅ 명상 20분
✅ 저널링 15분
✅ 운동 30분
✅ 독서 30분
✅ 물 2L
✅ 건강한 식사
✅ SNS 제한
✅ 11시 취침
✅ 딥워크 2시간
✅ 이메일 2회
✅ 산책 20분

12/12 완료! 🎉

Day 2-7:

비슷하게 진행.

1주차 결과:
– 평균 달성률: 92%
– 연속 기록: 7일
– 기분: 최고! 🔥

“역시 트래커가 답이야!”

2주차: 균열이 시작됐다

Day 8:

5시 기상 → 실패 (알람 끔)
“어제 늦게 잤으니까…”

명상 → 스킵
“시간 없어…”

운동 → 스킵
“피곤해…”

8/12 완료

Day 9-14:

패턴:
– 5시 기상: 7일 중 2일만 성공
– 명상: 7일 중 3일
– 운동: 7일 중 4일
– 딥워크: 7일 중 2일

2주차 결과:
– 평균 달성률: 58%
– 연속 기록: 리셋 (0일)
– 기분: 죄책감 📉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

3주차: 트래커가 스트레스가 됐다

매일 아침:

Notion 열기 → 어제 빈칸 확인 → 죄책감

트래커를 보면:
– ❌❌❌ 빨간색 투성이
– 연속 기록: 0일
– 달성률: 하락 중

심리 상태:
– “또 실패했네…”
– “나는 왜 이것도 못 하지?”
– “습관 형성 체질이 아닌가 봐…”

트래커가 동기부여가 아니라 죄책감의 원천이 됐다.

3주차 결과:
– 평균 달성률: 41%
– Notion 열기: 점점 꺼려짐
– 기분: 우울 😔

메모를 500개 했는데 다시 본 건 0개였던 것처럼, 기록 시스템이 오히려 짐이 됐다.

트래커를 피하기 시작했다

4주차:

월요일:
“오늘은 트래커 체크 안 해도 되겠지…”

화요일:
“어제 안 했으니 오늘도…”

수요일:
“이번 주는 쉬자…”

목요일:
Notion 열기 → 빈칸 너무 많음 → 닫기

금요일:
트래커 존재 자체를 잊음

4주차 결과:
– 트래커 체크: 7일 중 1일
– 실제 습관 실행: ???
– 트래커 열기: 회피

트래커를 안 열면 습관 자체도 안 하게 됐다.

문제를 분석했다

왜 실패했을까?

1. 습관이 너무 많았다

12개 습관 × 매일 = 과부하

현실적인 하루:
– 출근 준비: 1시간
– 출퇴근: 2시간
– 업무: 9시간
– 식사: 1.5시간
– 자유 시간: 2.5시간

12개 습관에 필요한 시간:
– 5시 기상 + 명상 + 저널링 + 운동 + 독서 + 산책 + 딥워크 = 약 4시간

자유 시간 2.5시간에 4시간 습관?

물리적으로 불가능.

2. 트래커가 목표가 됐다

원래 목표: 건강해지기, 성장하기
바뀐 목표: 트래커 빈칸 채우기

증거:
– 명상하면서 “빨리 끝내고 체크해야지”
– 운동하면서 “30분만 채우자”
– 독서하면서 “페이지 수만 채우자”

습관의 질 < 체크 여부

3. 실패가 누적됐다

첫 실패:
– “오늘 하나 못 했네” → 연속 기록 리셋

연속 실패:
– “연속 기록 이미 깨졌으니…” → 더 안 하게 됨

심리학에서 말하는 “What-the-hell effect”:
한 번 실패하면 “망했으니 더 해도 상관없지” 심리.

4. 트래커 디자인에 시간 낭비

트래커 만드는 데: 6시간
트래커 꾸미는 데: 매주 1시간 (새 템플릿 시도)
실제 습관하는 데: ???

Notion 템플릿 300개 모으고 사용 안 한 것처럼, 시스템에 시간 쓰고 실행은 안 했다.

5. 외적 동기에 의존

트래커 체크 = 외적 동기
– 연속 기록 유지하고 싶어서
– 달성률 높이고 싶어서
– 빨간색 보기 싫어서

문제:
– 트래커 안 보면 동기도 없음
– 습관 자체의 가치를 못 느낌
– “왜 이걸 하지?”에 대한 답 없음

트래커 없이 실험했다

규칙:
– Notion 트래커 삭제
– 체크 안 하기
– 습관은 1개만
– 그냥 하기

선택한 습관: 아침 산책 15분

이유:
– 제일 쉬움
– 시간 적게 걸림
– 날씨 좋으면 기분 좋음

1주일 결과:

Day 1: 산책함. 체크 안 함. 그냥 함.
Day 2: 산책함. 기분 좋음.
Day 3: 비 옴. 안 함. 죄책감? 없음.
Day 4: 산책함.
Day 5: 산책함. 습관처럼 느껴짐.
Day 6: 산책함.
Day 7: 산책함.

결과:
– 산책: 7일 중 6일 (86%)
– 트래커 스트레스: 0
– 죄책감: 0

트래커 없이 더 잘 됐다.

깨달은 것

트래커의 함정:

1. 트래커 ≠ 습관

트래커는 기록 도구일 뿐.
트래커가 있다고 습관이 생기지 않음.

습관 = 반복된 행동
트래커 = 기록

기록한다고 행동이 생기진 않는다.

2. 너무 많은 습관 = 실패

12개 → 0개 (전부 실패)
1개 → 1개 (성공)

적은 게 많은 것.

3. 완벽주의의 함정

12/12 아니면 실패한 느낌.
연속 기록 깨지면 포기.

완벽하려다 아무것도 못 함.

4. 외적 동기의 한계

체크하려고 하는 습관 → 지속 안 됨
하고 싶어서 하는 습관 → 지속됨

5. 시스템보다 행동

생산성 유튜버 시스템을 따라했던 것처럼, 시스템에 집착하면 정작 실행을 못 한다.

새로운 원칙

1. 습관 1개로 시작

12개 ❌
1개 ✓

한 개가 자리 잡으면 다음 것.

2. 트래커 없이 2주

새 습관은 트래커 없이 2주 먼저.

이유:
– 트래커 없이 되면 진짜 습관
– 트래커 있어야만 되면 가짜 습관

3. 작게 시작

운동 30분 ❌
운동 5분 ✓

독서 30분 ❌
독서 1페이지 ✓

너무 작아서 실패할 수 없는 것부터.

4. 빠진 날 무시

하루 빠졌다고 연속 기록 리셋? ❌

7일 중 5일 해도 성공.

완벽주의 버리기.

5. 내적 동기 찾기

“왜 이 습관을 하고 싶은가?”

  • 체크하려고 ❌
  • 건강해지려고 ✓
  • 성장하려고 ✓

진짜 이유 찾기.

지금 나의 습관

습관:
– 아침 산책 15분
– 끝.

트래커:
– 없음.

규칙:
– 하고 싶으면 함
– 안 하고 싶으면 안 함
– 죄책감 없음

결과:

이전 (트래커 + 12개 습관):
– 습관: 12개 시도
– 성공: 0개
– 스트레스: 높음

현재 (트래커 없음 + 1개 습관):
– 습관: 1개
– 성공: 1개 (3개월째 지속)
– 스트레스: 없음

12개 실패 < 1개 성공

결론: 트래커보다 행동이 답이다

습관 트래커의 역설:

문제:
– 많은 습관 한꺼번에
– 트래커 체크가 목표
– 실패 시 죄책감
– 시스템에 시간 낭비

해결:
– 1개 습관으로 시작
– 트래커 없이 먼저
– 완벽주의 버리기
– 그냥 하기

완벽한 트래커로 12개 습관 실패하는 것보다,
트래커 없이 1개 습관 성공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습관 트래커는 없는 것이다.

트래커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게 목표다.


P.S. 지금 3개월째 아침 산책 중이다. 트래커 없다. 연속 며칠인지 모른다. 근데 그게 중요한가? 산책하면 기분 좋고, 그래서 또 하고, 그게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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