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브레인을 만들었는데 한 번도 안 썼다

세컨드 브레인만 있으면 천재가 되겠지

“인간의 뇌는 저장이 아니라 창조를 위한 것이다.”
“외부 뇌에 지식을 저장하면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세컨드 브레인으로 생산성 10배 향상!”

생산성 유튜버들은 자신의 세컨드 브레인을 자랑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책 10권을 썼어요!”

그래, 나도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자.

세컨드 브레인 구축 시작

1단계: 방법론 연구

검색: “세컨드 브레인 구축”

발견한 시스템:

1. PARA
– Projects (프로젝트)
– Areas (영역)
– Resources (자원)
– Archives (아카이브)

2. Zettelkasten
– 원자적 노트
– 고유 ID
– 링크로 연결

3. CODE
– Capture (수집)
– Organize (정리)
– Distill (증류)
– Express (표현)

4. Building a Second Brain (책)
– 티아고 포르테
– 400페이지
– “이거 읽어야겠다!”

구매: ₩25,000

5. 온라인 강의
– “세컨드 브레인 마스터 클래스”
– 20시간 분량

구매: ₩150,000

총 투자: ₩175,000 + 연구 시간 30시간

온라인 강의 컬렉션에 또 추가됐다.

Notion 세컨드 브레인 구축

2단계: 시스템 설계

도구 선택: Notion

이유:
– 데이터베이스
– 관계형 연결
– 템플릿
– 무료

PARA 폴더 구조:

📁 세컨드 브레인
├── 📂 1. Projects
│   ├── 프로젝트 A
│   ├── 프로젝트 B
│   └── ...
├── 📂 2. Areas
│   ├── 건강
│   ├── 재테크
│   ├── 커리어
│   └── ...
├── 📂 3. Resources
│   ├── 개발
│   ├── 생산성
│   ├── 독서노트
│   └── ...
└── 📂 4. Archives
    └── 완료된 것들

데이터베이스 설계:

1. 노트 DB
– 제목
– 태그 (다중선택)
– 분류 (PARA)
– 관련 노트 (관계형)
– 소스 (어디서 왔는지)
– 상태 (초안/완료/아카이브)
– 생성일
– 수정일

2. 프로젝트 DB
– 프로젝트명
– 상태
– 마감일
– 관련 노트 (롤업)

3. 태그 DB
– 태그명
– 상위 태그 (계층 구조)
– 관련 노트 개수 (롤업)

설계 시간: 10시간

“완벽한 구조야!”

3단계: 캡처 시스템

어디서든 노트 수집:

1. 웹:
– Notion Web Clipper 설치
– 원클릭 저장

2. 책:
– Kindle 하이라이트 → Notion
– 종이책 → 사진 → Notion

3. 유튜브:
– 메모 → Notion

4. 팟캐스트:
– 메모 → Notion

5. 대화:
– 메모 → Notion

6. 생각:
– 즉시 → Notion

“모든 게 Notion으로 모인다!”

4단계: 연결 시스템

Zettelkasten 방식:

규칙:
1. 노트 1개 = 아이디어 1개
2. 자기 말로 재작성
3. 관련 노트 링크
4. 백링크 확인

예시:

복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관련 노트:
- [[장기 투자의 중요성]]
- [[시간의 가치]]
- [[습관의 복리]]

“이렇게 연결하면 지식이 네트워크가 된다!”

노트 수집 시작

1개월차:

의욕적인 수집:

  • 책 읽으면서: 하이라이트 → Notion
  • 유튜브 보면서: 메모 → Notion
  • 아티클 읽으면서: 클리핑 → Notion
  • 회의하면서: 메모 → Notion
  • 샤워하면서: 생각 → (나와서) Notion

1개월 노트:
– 노트 생성: 150개
– 링크: 50개
– 태그: 30개

“세컨드 브레인이 성장하고 있어!”

2개월차:

계속 수집:

  • 매일 노트 5개 이상
  • 주말에 정리 3시간

2개월 노트:
– 총 노트: 280개
– 총 링크: 100개
– 총 태그: 50개

“280개 노트! 대단해!”

3개월차:

수집 속도 증가:

“더 많이 저장해야 해!”

  • 아티클 보면 일단 클리핑
  • 트윗 보면 일단 저장
  • 유튜브 보면 일단 메모

3개월 노트:
– 총 노트: 450개
– 총 링크: 180개
– 총 태그: 80개

“450개! 진짜 세컨드 브레인이다!”

6개월: 문제 발생

노트 현황:

  • 총 노트: 500개
  • 총 링크: 300개
  • 총 태그: 100개
  • 총 투자 시간: 약 100시간

“대단한 세컨드 브레인이야!”

하지만…

질문:

“500개 노트 중에 최근에 꺼내 쓴 게 뭐지?”

대답:

“…”

검색:

최근 수정일 기준 정렬.

결과:
– 수정한 노트: 30개
– 나머지 470개: 만들고 안 봄

470개 노트가 먼지 쌓이는 중.

문제를 분석했다

왜 500개 노트를 만들고 안 쓸까?

1. 캡처만 하고 안 봄

패턴:
1. 좋은 글 발견
2. 클리핑
3. “나중에 읽어야지”
4. 안 읽음

결과:
– 클리핑: 200개
– 읽은 것: 20개
– 안 읽은 것: 180개

메모 500개 하고 안 본 것과 동일.

2. 연결이 의미 없음

이론:
“노트를 연결하면 통찰이 생긴다!”

현실:

[[복리]] → [[장기 투자]]

“그래서 뭐?”

통찰 안 생김.

3. 찾을 수가 없음

상황:
– 프로젝트 진행 중
– “예전에 그거 메모했는데…”
– 검색
– 안 나옴 (태그 뭘로 했는지 기억 안 남)
– 그냥 구글 검색함

세컨드 브레인보다 구글이 빠름.

4. 정리에 시간 과다

주말 루틴:
– 노트 정리: 3시간
– 태그 정리
– 링크 추가
– PARA 분류

질문:
“이 3시간에 다른 거 하면 안 되나?”

정리 시간 > 활용 시간

5. 완벽주의

강박:
– 모든 노트 원자화
– 모든 노트 링크
– 모든 노트 태그
– 모든 노트 정리

결과:
– 정리 부담
– 노트 쓰기 꺼려짐
– 결국 안 씀

6. 아웃풋 없음

CODE 방식:
– Capture ✓ (500개)
– Organize ✓ (분류함)
– Distill ✓ (요약함)
– Express ✗ (결과물 없음)

Express 없이 저장만 함.

수집 → 정리 → 묻힘

세컨드 브레인 실패 인정

6개월 결산:

투자:
– 시간: 130시간 (구축 30 + 운영 100)
– 비용: ₩175,000
– 노트: 500개
– 링크: 300개

결과:
– 활용한 노트: 30개 (6%)
– 아웃풋: 0
– ROI: 마이너스

결론:

“세컨드 브레인, 안 쓴다.”

시스템 해체

결정:

“심플하게 가자.”

500개 노트:
– 전부 삭제? → 아까움
– 아카이브 → 나중에 필요하면

새 시스템:

폴더: 없음
태그: 없음
링크: 없음
데이터베이스: 없음

그냥 노트 1개.

# 작업 노트

(그날그날 필요한 메모)

끝.

새로운 방법: Just-In-Time 노트

원칙:

1. 필요할 때만 메모

이전:
– 나중에 쓸 것 같으면 저장

현재:
– 지금 쓰는 것만 저장

2. 정리 안 함

이전:
– 태그, 분류, 링크
– 주말마다 3시간

현재:
– 그냥 적기
– 정리 시간 0

3. 검색으로 찾기

이전:
– 완벽한 분류 시스템
– 그래도 못 찾음

현재:
– Ctrl+F
– 키워드 검색
– 더 빠름

4. 아웃풋 중심

이전:
– 캡처 → 정리 → 묻힘

현재:
– 필요 → 메모 → 바로 사용

실제 사용:

상황: 블로그 글 쓰기

이전:
1. 세컨드 브레인 열기
2. 관련 노트 찾기 (10분)
3. 못 찾음
4. 구글 검색
5. 글쓰기

현재:
1. 구글 검색
2. 필요한 거 메모
3. 글쓰기
4. 메모 삭제

세컨드 브레인 없이 더 빠름.

비교

이전 (세컨드 브레인):
– 노트: 500개
– 정리 시간: 주 3시간
– 활용: 6%
– 아웃풋: 0
– 스트레스: 높음

현재 (Just-In-Time):
– 노트: 필요한 것만 (약 20개 유지)
– 정리 시간: 0
– 활용: 100%
– 아웃풋: 있음
– 스트레스: 없음

500개 노트 < 20개 노트

깨달은 것

1. 수집 ≠ 지식

500개 저장 ≠ 500개 아는 것
1개 활용 = 1개 아는 것

2. 시스템 < 행동

완벽한 시스템 < 불완전한 행동

목표 100개처럼, 시스템에 집착하면 정작 못 한다.

3. 나중에 = 안 함

“나중에 볼 거야” = 안 본다
“지금 필요해” = 본다

4. 정리 시간 = 낭비

정리 3시간 > 활용 0시간?
정리 안 하고 그냥 쓰자.

5. 단순함의 힘

PARA, Zettelkasten, 백링크…
필요 없음.

메모장 하나면 충분.

지금 나의 메모 시스템

도구:
– Apple 메모 앱 (기본앱)

폴더:
– 없음 (전부 한 곳에)

태그:
– 없음

링크:
– 없음

방법:

  1. 필요할 때 메모
  2. 쓰고 나면 삭제

유지되는 메모:
– 약 20개
– 진행 중인 것만

결과:

이전:
– 세컨드 브레인 구축: 130시간
– 유지: 주 3시간
– 활용: 거의 안 함

현재:
– 구축: 0시간
– 유지: 0시간
– 활용: 필요할 때마다

130시간 절약.

결론: 저장보다 활용

세컨드 브레인의 역설:

문제:
– 캡처 중독
– 정리 강박
– 복잡한 시스템
– 활용 안 함
– 아웃풋 없음

해결:
– 필요할 때만 메모
– 정리 안 함
– 심플한 도구
– 바로 활용
– 아웃풋 중심

500개 노트 저장하고 안 쓰는 것보다,
필요할 때 메모하고 바로 쓰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세컨드 브레인은 없는 것이다.

뇌 밖에 저장하지 말고, 뇌로 생각하면 된다.


P.S. 500개 노트는 아카이브에 있다. 가끔 궁금해서 열어본다. “이거 왜 저장했지?” 싶은 게 대부분이다. 그때 그 시간에 그냥 뭐라도 만들었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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