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구만 있으면 생산성이 올라가겠지
“장비가 반이다.”
“좋은 도구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
“투자를 해야 성과가 난다.”
생산성 유튜버들은 자신의 책상 셋업을 자랑했다. “이 장비들 덕분에 생산성 10배!”
그래, 나도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자.
장비 쇼핑 시작
계기:
재택근무 시작.
“집에서도 제대로 일하려면 장비가 좋아야지!”
유튜브 검색: “재택근무 데스크 셋업”
영상 속 셋업:
–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 기계식 키보드
– 인체공학 마우스
– 스탠딩 데스크
– 허먼밀러 의자
–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 케이블 정리
– 데스크 조명
– 모니터 조명
– 식물
“와… 이런 환경이면 집중 잘 되겠다!”
첫 번째 구매: 모니터
현재: 노트북 13인치
문제:
– 화면 작음
– 눈 피로
– 멀티태스킹 불편
검색: “프로그래밍 모니터 추천”
결론: 27인치 4K
구매:
– LG 27인치 4K UHD
– ₩450,000
설치 후:
“와, 화면 진짜 넓다!”
“이제 생산성 올라가겠지?”
1주일 후:
화면은 넓어졌는데…
“근데 여전히 유튜브 보게 되네…”
생산성 변화: 0%
두 번째 구매: 키보드
유튜브: “기계식 키보드가 타이핑 속도를 높여준다!”
현재: 맥북 기본 키보드
검색: “프로그래머 키보드 추천”
후보:
– 한성 GK898B: ₩80,000
– 레오폴드 FC660M: ₩150,000
– HHKB Professional: ₩350,000
고민:
“HHKB가 최고라는데… 35만원은 좀…”
리뷰: “HHKB 쓰면 다른 키보드 못 씀. 최고의 타건감.”
구매:
– HHKB Professional Classic
– ₩350,000
개봉 후:
“탁탁탁…”
“우와, 타건감 진짜 좋다!”
1주일 후:
타건감은 좋은데…
“타이핑 속도는 그대로네?”
측정:
– 이전 (맥북 키보드): 분당 80타
– 이후 (HHKB): 분당 82타
차이: 2타 (2.5% 향상)
35만원에 2.5% 향상.
세 번째 구매: 마우스
유튜브: “손목 건강엔 인체공학 마우스!”
현재: 기본 마우스
검색: “버티컬 마우스 추천”
구매:
– 로지텍 MX Vertical
– ₩130,000
사용 후:
“손목 각도가 편하네!”
1주일 후:
“근데 손목이 아픈 건 마우스 때문이 아니라 자세 때문인 것 같은데…”
손목 통증: 그대로
네 번째 구매: 스탠딩 데스크
유튜브: “앉아만 있으면 수명 줄어든다! 스탠딩 데스크 필수!”
검색: “전동 스탠딩 데스크”
구매:
– 플렉시스팟 E7
– ₩500,000
설치 후:
“버튼 누르면 올라가네! 신기해!”
1주일 사용:
- 1일차: 4시간 서서 일함 “다리 아프다”
- 2일차: 2시간 서서 일함 “피곤하네”
- 3일차: 1시간 서서 일함 “앉는 게 편해”
- 4일차~: 계속 앉아서 일함
500,000원짜리 일반 책상.
다섯 번째 구매: 헤드폰
유튜브: “노이즈캔슬링으로 집중력 200% 향상!”
검색: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구매:
– 소니 WH-1000XM5
– ₩420,000
사용 후:
“주변 소리 안 들리네! 좋다!”
1주일 후:
노이즈캔슬링 ON + 유튜브 시청 중
“…결국 방해되는 건 외부 소음이 아니라 내 의지였구나.”
추가 구매들
모니터 조명:
– BenQ ScreenBar
– ₩130,000
케이블 정리:
– 케이블 트레이 + 벨크로
– ₩50,000
데스크 매트:
– 가죽 데스크 패드
– ₩40,000
모니터 암:
– 에르고트론 LX
– ₩180,000
웹캠:
– 로지텍 C920
– ₩80,000
마이크:
– Blue Yeti
– ₩150,000
식물:
– 스투키 화분
– ₩20,000
총 투자 집계
장비 목록:
– 모니터: ₩450,000
– 키보드: ₩350,000
– 마우스: ₩130,000
– 스탠딩 데스크: ₩500,000
– 헤드폰: ₩420,000
– 모니터 조명: ₩130,000
– 케이블 정리: ₩50,000
– 데스크 매트: ₩40,000
– 모니터 암: ₩180,000
– 웹캠: ₩80,000
– 마이크: ₩150,000
– 식물: ₩20,000
총합: ₩2,500,000
“250만원이나 썼네…”
6개월 후: 결과
책상 상태:
사진 찍어서 SNS:
– 좋아요: 500개
– 댓글: “셋업 미쳤다” “부럽다” “생산성 올라가겠다”
실제 생산성:
측정:
– 프로젝트 완료 속도: 이전과 같음
– 코드 품질: 이전과 같음
– 집중 시간: 이전과 같음
– 업무 성과: 이전과 같음
차이점:
– 책상: 예뻐짐
– 자랑: 가능
– 생산성: 그대로
250만원 = 예쁜 책상
문제를 분석했다
왜 장비를 바꿔도 생산성이 안 오를까?
1. 병목은 도구가 아님
생산성 병목:
– 집중력 부족
– 동기 부족
– 방향 부족
– 스킬 부족
해결책:
– 집중력 → 습관, 환경
– 동기 → 목표, 의미
– 방향 → 계획, 우선순위
– 스킬 → 학습, 연습
어떤 것도 “더 좋은 키보드”로 해결 안 됨.
2. 도구는 증폭기
공식:
– 좋은 도구 × 낮은 생산성 = 낮은 결과
– 평범한 도구 × 높은 생산성 = 높은 결과
도구가 생산성을 만드는 게 아님.
기존 생산성을 증폭할 뿐.
내 생산성이 낮으면:
– HHKB로 유튜브 댓글 더 빨리 씀
– 4K 모니터로 유튜브 더 선명하게 봄
– 노이즈캔슬링으로 유튜브에 더 몰입함
도구는 바뀌어도 행동은 안 바뀜.
3. 쇼핑 = 착각
구매 순간:
“이거 사면 생산성 올라가겠다!”
착각:
– 구매 = 변화 ✗
– 구매 = 돈 쓴 것 ✓
온라인 강의 100개 산 것과 같음.
사는 건 쉽고, 바뀌는 건 어렵다.
4. 장비 탓의 함정
생산성 낮을 때:
“장비가 구려서 그래.”
새 장비 구매 후: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래.”
적응 후: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해.”
무한 루프.
진짜 문제는 장비가 아닌데, 장비 탓을 함.
5. 셋업 시간 낭비
새 장비마다:
– 리서치: 5시간
– 비교: 3시간
– 구매 결정: 2시간
– 배송 대기: 며칠
– 설치: 1시간
– 셋팅: 2시간
– 적응: 며칠
장비당 약 15시간.
10개 장비 = 150시간
150시간이면:
– 책 30권 읽음
– 사이드 프로젝트 1개 완성
– 새 기술 1개 학습
장비 사는 데 쓴 시간 > 장비로 절약한 시간
6. 최적화 집착
완벽한 워크스페이스 만들려던 것처럼,
환경 최적화에 집착하면 정작 일을 못 한다.
완벽한 셋업 = 일 안 하는 핑계
실험: 장비 없이 일주일
규칙:
– 노트북만 사용
– 외부 장비 없음
– 카페에서 작업
결과:
Day 1-7:
– 생산성: 이전과 같음
– 아니, 오히려 높음
이유:
– 장비 셋팅 시간 없음
– 바로 일 시작
– 집보다 카페가 집중 잘 됨
250만원 장비 < 노트북 하나
깨달은 것
1. 도구 ≠ 생산성
좋은 도구 ≠ 좋은 결과
좋은 습관 = 좋은 결과
2. 쇼핑 ≠ 변화
구매 = 돈 씀
변화 = 행동 바꿈
3. 장비 탓 금지
“장비 때문에 못 해” = 핑계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음
4. 리서치 시간의 함정
장비 고르는 시간 = 일 못하는 시간
5. 충분함의 기준
기본 장비로 충분함.
모니터 1개, 키보드 1개, 의자 1개.
나머지는 사치.
지금 나의 장비
실제 사용하는 것:
– 맥북 (기본)
– 모니터 1개 (24인치 FHD, ₩150,000)
– 일반 키보드 (₩30,000)
– 일반 마우스 (₩20,000)
– 일반 책상 (원래 있던 것)
– 일반 의자 (원래 있던 것)
총: ₩200,000
나머지 장비:
– HHKB: 서랍 속
– MX Vertical: 서랍 속
– 스탠딩 데스크: 계속 앉아서 사용
– 기타: 당근마켓 판매
현재 생산성:
– 이전 (250만원 장비): 중
– 현재 (20만원 장비): 중
차이 없음.
결론: 좋은 장비보다 좋은 습관
생산성 장비의 역설:
문제:
– 도구가 생산성을 만든다는 착각
– 쇼핑으로 문제 해결 시도
– 장비 탓으로 회피
– 리서치/셋팅 시간 낭비
– 최적화 집착
해결:
– 기본 장비로 충분
– 습관에 투자
– 행동에 집중
– 바로 시작
– 완벽주의 버리기
250만원 장비로 생산성 0% 올리는 것보다,
기본 장비로 습관 하나 만드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장비는 지금 있는 것이다.
장비 사지 말고, 그냥 일하면 된다.
P.S. HHKB는 당근에서 25만원에 팔렸다. 구매자가 “이거 사면 생산성 올라가겠죠?”라고 물었다. “아마요…”라고 답했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