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면 반드시 달성할 수 있어”

새해가 되면 다짐한다.
“올해는 진짜 목표를 이루겠어!”
그래서 목표 달성 앱을 찾았다. GoalsOnTrack, Strides, Way of Life…
“SMART 원칙으로 목표를 세우고, 매일 진척도를 기록하면 성공한대!”
- Specific (구체적)
- Measurable (측정 가능)
- Achievable (달성 가능)
- Relevant (관련성)
- Time-bound (기한)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목표를 앱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모든 목표를 세분화하고 입력했다

목표 설정에 며칠을 썼다.
큰 목표: 건강한 몸 만들기
– 하위 목표 1: 10kg 감량
– 액션 플랜 1-1: 주 5회 운동
– 액션 플랜 1-2: 하루 1,500 칼로리 섭취
– 마일스톤 1: 3개월 내 5kg 감량
– 마일스톤 2: 6개월 내 10kg 감량
큰 목표: 영어 실력 향상
– 하위 목표 1: TOEIC 900점
– 액션 플랜 1-1: 매일 단어 50개 암기
– 액션 플랜 1-2: 주 3회 모의고사
– 마일스톤 1: 3개월 내 800점
– 마일스톤 2: 6개월 내 900점
큰 목표: 부업으로 월 100만원 벌기
– 하위 목표 1: 온라인 강의 제작
– 액션 플랜 1-1: 강의 기획안 작성
– 액션 플랜 1-2: 촬영 장비 구매
– …
목표를 입력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세우면 달성할 수밖에 없겠지!”
매일 진척도 업데이트가 또 다른 할 일이 되었다

목표 앱은 매일 알림을 보냈다.
“오늘의 목표 진척도를 업데이트하세요!”
그래서 매일 저녁마다 앱을 열어서:
– 운동 했나? ✅
– 단어 암기 했나? ❌
– 모의고사 풀었나? ❌
– 강의 기획안 진행했나? ❌
체크하고, 퍼센트 업데이트하고, 메모 남기고…
매일 10분씩 앱 업데이트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습관 트래커에서 체크박스 채우는 게 습관보다 중요해졌던 것처럼, 목표 앱에서도 기록이 목적이 되었다.
목표가 많을수록 압박감만 커졌다
2주가 지나자 문제가 드러났다.
앱을 열 때마다 보이는 것:
– 10kg 감량: 진척도 5% (0.5kg 감량)
– TOEIC 900점: 진척도 0% (아직 시작 안 함)
– 월 100만원: 진척도 2% (기획안만 작성)
빨간색 경고:
“목표 달성까지 164일 남음. 현재 속도로는 목표 미달성 예상”
매일 이 메시지를 보니 죄책감과 압박감만 쌓였다.
독서 앱에서 “연간 50권” 목표 때문에 책 읽기가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처럼, 목표 앱도 동기부여가 아니라 부담이 되었다.
목표를 달성하는 대신 목표를 수정했다
한 달 후, 나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목표를 낮추기 시작했다.
- 10kg 감량 → 5kg 감량으로 수정
- TOEIC 900점 → 800점으로 수정
- 월 100만원 → 월 50만원으로 수정
왜? 진척도 퍼센트를 높이고 싶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수정해서 달성률을 올렸다.
Todoist에서 완료율을 올리려고 쉬운 할 일만 골랐던 것과 똑같은 함정이었다.
실제 행동보다 “계획 수정”에 시간을 썼다
목표 앱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많다.
- 목표 재설정
- 액션 플랜 수정
- 마일스톤 조정
- 진척도 그래프 보기
- 성공 확률 계산
- 동기부여 문구 보기
이런 기능들을 만지작거리는 게 재미있었다.
“이 목표를 이렇게 수정하면 달성 가능성이 올라가네?”
“액션 플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쪼개볼까?”
“마일스톤 날짜를 조정하면…”
실제로 운동하거나, 공부하거나, 부업을 진행하는 대신 앱만 만졌다.
마인드맵 앱에서 생각하는 대신 예쁘게 그리기만 했던 것처럼, 목표 앱도 실행보다 계획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앱 없이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했더니
3개월 후, 목표 앱을 삭제했다.
그리고 딱 하나의 목표만 정했다.
“매일 30분 운동하기”
- SMART 원칙 없음
- 하위 목표 없음
- 액션 플랜 없음
- 진척도 기록 없음
그냥 매일 30분 운동. 끝.
Before (목표 앱 사용):
– 목표 개수: 15개
– 하위 목표: 47개
– 액션 플랜: 120개 이상
– 실제 달성: 거의 0개
– 앱 사용 시간: 주당 1시간
After (목표 앱 삭제):
– 목표 개수: 1개
– 복잡한 계획: 없음
– 실제 달성: 꾸준히 진행 중
– 스트레스: 0
목표가 적을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
목표 앱을 쓸 때는 15개 목표를 다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시에 15개를 다 할 수는 없다.
결국:
– 어떤 목표는 잊어버리고
– 어떤 목표는 미루고
– 어떤 목표는 포기하고
– 앱만 업데이트
목표가 많으면 집중이 분산된다.
반면,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니:
– 뭘 해야 할지 명확함
– 의지력을 낭비하지 않음
–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짐
지금은 이렇게 한다
목표 달성 앱 대신:
1. 한 번에 하나의 목표만
– 3개월 동안 하나에만 집중
– 달성하면 다음 목표로 이동
– 동시에 여러 개 하지 않기
2. 복잡한 계획 없이
– “매일 30분 운동” (끝)
– 하위 목표, 액션 플랜 같은 거 없음
– 단순할수록 실행 가능성 높음
3. 진척도 기록 안 함
– 퍼센트 계산 안 함
– 그래프 안 봄
– 그냥 매일 하면 됨
핵심: 계획보다 실행
배운 교훈: 목표는 단순할수록 좋다
목표 달성 앱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독이 되었다.
앱이 만들어낸 문제들:
– 목표가 너무 많아졌다 (15개 → 집중력 분산)
– 계획이 너무 복잡해졌다 (120개 액션 플랜 → 실행 안 함)
– 기록이 목적이 되었다 (업데이트에만 시간 소비)
– 숫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진척도 퍼센트 → 목표 낮춤)
진짜 목표 달성의 비결:
– 화려한 계획이 아니라 단순한 실행
– 많은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
– 복잡한 시스템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
시간 추적 앱에서 숫자만 보고 실제 성과는 못 봤던 것처럼, 목표 앱도 측정 가능한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SMART 목표로 15개를 완벽하게 세웠지만 달성은 0개였던 것도 같은 함정이었다. 목표 설정이 완벽할수록 실행은 멀어졌다.
당신에게 정말 목표 달성 앱이 필요한가?
한 번 생각해보자.
- 목표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시간 vs 실제로 행동하는 시간?
- 목표가 많을수록 달성률이 올라가는가?
- 진척도 퍼센트를 보면 동기부여되는가, 압박받는가?
- 앱 없이 종이에 목표 하나 적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은가?
만약 목표 앱이 실행을 방해한다면, 버려도 괜찮다.
가장 좋은 목표는:
– SMART하지 않아도
– 하위 목표 없어도
– 진척도 기록 안 해도
당신이 실제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그게 “매일 30분 운동” 같은 단순한 한 문장일 수도 있다.
목표 달성 앱을 지운 건 실패가 아니다. 진짜 실행을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