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템플릿이면 체계적으로 살 수 있을 거야

유튜브에서 “내 Notion 워크스페이스 투어” 영상을 봤다.
완벽한 시스템:
– 독서 기록 데이터베이스
– 습관 트래커 대시보드
– 프로젝트 관리 칸반보드
– 재무 관리 시스템
– 일일 저널 템플릿
“저렇게 체계적이면 나도 생산적일 거야!”
완벽한 템플릿을 찾아야겠다.
템플릿 수집이 시작되었다

1단계: 무료 템플릿 탐험
Notion 템플릿 갤러리:
첫 주말, 6시간 동안 탐색.
다운로드한 템플릿: 47개
카테고리별:
– 프로젝트 관리: 8개
– 독서 기록: 12개
– 습관 트래커: 9개
– 재무 관리: 6개
– 일일 노트: 7개
– 레시피: 3개
– 여행 계획: 2개
“일단 다 받아두자. 나중에 골라 쓰면 되니까.”
YouTube 템플릿:
생산성 유튜버들이 공유하는 템플릿.
“구독자 10만 유튜버가 쓰는 시스템이면 좋겠지?”
추가 다운로드: 23개
Reddit/커뮤니티:
r/Notion에서 인기 있는 템플릿 수집.
추가 다운로드: 18개
1주일 만에 수집한 무료 템플릿: 88개
2단계: 유료 템플릿 구매
무료 템플릿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역시 돈 주고 사는 게 퀄리티가 다르겠지?”
구매 목록:
- 올인원 라이프 OS – $49
-
“이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돼!”
-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 $29
-
“전문가용이래”
-
독서 관리 대시보드 – $19
-
“독서광들이 추천하는 시스템”
-
재무 관리 템플릿 – $35
-
“돈 관리를 제대로 하자”
-
습관 트래커 프로 – $15
-
“게이미피케이션 적용”
-
크리에이터 템플릿 번들 – $59
- “7개 템플릿 패키지”
총 지출: $206 (약 27만원)
“이제 최고급 시스템이 다 갖춰졌어!”
3단계: Obsidian도 해야지
“Notion만으로는 부족해. Obsidian도 써봐야겠어.”
다운로드한 Obsidian 템플릿: 34개
- Zettelkasten 시스템: 8개
- Daily Note 템플릿: 12개
- Book Note 템플릿: 7개
- Project 템플릿: 7개
총 수집한 템플릿: 122개
“완벽해!”
템플릿을 정리하는 게 일이 되었다

너무 많아서 정리가 필요했다.
정리 프로젝트 (2주 소요):
1단계: 템플릿 분류
Notion에 “템플릿 라이브러리” 페이지 생성.
카테고리:
– 📚 독서 관리 (23개)
– ✅ 습관 트래커 (17개)
– 💼 프로젝트 관리 (19개)
– 💰 재무 관리 (11개)
– 📝 노트 시스템 (28개)
– 🎯 목표 관리 (9개)
– 🏃 운동 기록 (5개)
– 🍳 레시피 (4개)
– ✈️ 여행 계획 (6개)
시간: 5시간
2단계: 각 템플릿 테스트
“어떤 게 제일 좋은지 비교해봐야지.”
방법:
1. 템플릿 열기
2. 구조 파악 (10분)
3. 스크린샷 저장
4. 메모 작성 (장단점)
5. 별점 매기기
23개 템플릿 × 15분 = 약 6시간
중간에 포기하고 별점만 대충.
3단계: “최적의” 템플릿 선택
각 카테고리별로 “최고”를 선정.
선정 기준:
– 디자인 예쁜가?
– 기능 많은가?
– 유튜버가 추천했는가?
– 유료인가? (유료 = 좋은 것)
시간: 3시간
4단계: 커스터마이징
“내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지.”
독서 기록 템플릿 수정:
– 필드 추가 (저자, 출판사, 페이지 수, 구매일, 읽기 시작일, 완독일, 평점, 태그, 장르, 요약, 인상 깊은 구절, 메모…)
– 뷰 추가 (갤러리뷰, 테이블뷰, 타임라인뷰, 보드뷰…)
– 필터 설정
– 정렬 규칙
시간: 4시간
총 템플릿 정리 시간: 18시간
“이제 완벽한 시스템이야!”
템플릿은 있는데 쓰지 않았다
독서 기록 템플릿: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한 시스템.
필드 17개:
– 제목, 저자, 출판사, ISBN, 페이지 수
– 구매일, 시작일, 완독일
– 평점 (5점), 장르, 태그
– 요약, 핵심 메시지, 인상 깊은 구절
– 나의 생각, 적용할 점, 관련 책
책을 읽었을 때:
“등록해야지…”
템플릿을 열었다.
17개 필드를 다 채워야 함.
“귀찮은데… 나중에 하지 뭐…”
결과:
– 읽은 책: 5권
– 템플릿에 등록한 책: 0권
이유:
너무 복잡해서 채우기 귀찮음.
독서 기록 앱에 책만 등록하고 읽지 않은 것처럼, 완벽한 시스템은 오히려 방해가 됐다.
습관 트래커 템플릿: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고급 템플릿 ($15).
기능:
– 일일 체크
– 스트릭 카운터
– 월간 히트맵
– 포인트 시스템
– 레벨업 시스템
– 통계 대시보드
첫 주:
“오, 재미있네!”
매일 체크함.
2주차:
“체크하는 게 귀찮은데?”
가끔 체크.
3주차:
“템플릿 열기도 귀찮아…”
안 봄.
이유:
– 체크할 곳이 너무 많음
– 포인트 계산이 복잡함
– 템플릿 로딩이 느림
간단한 체크리스트가 더 나았다.
템플릿을 모으는 게 목표가 되었다
3개월 후:
수집한 템플릿: 287개
사용 중인 템플릿: 0개
왜 계속 모았는가?
패턴:
- 유튜브에서 새 템플릿 발견
-
“오, 이거 내가 찾던 거야!”
-
다운로드 또는 구매
-
“이번엔 진짜 쓸 거야!”
-
템플릿 라이브러리에 저장
-
“나중에 필요할 때 쓰면 돼”
-
실제 사용: 안 함
-
“복잡해서 나중에…”
-
다시 1번으로
중독 증상:
– 새 템플릿을 보면 다운로드하고 싶음
– 무료 템플릿도 못 참음
– “혹시 몰라” 마인드
– 삭제를 못 함 (아까워서)
생산성 앱만 수집하고 사용은 안 한 것처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됐다.
템플릿이 많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실제 상황: 책을 읽고 기록하려고 할 때
선택지:
1. 독서 기록 템플릿 A (유료, 복잡)
2. 독서 기록 템플릿 B (무료, 심플)
3. 독서 기록 템플릿 C (유튜버 추천)
4. 독서 기록 템플릿 D (최신)
5. … (총 23개)
고민:
– “어떤 걸 써야 하지?”
– “A는 복잡한데 기능이 많고…”
– “B는 심플한데 부족한 것 같고…”
– “일단 비교해볼까?”
30분 후:
아직도 비교 중.
1시간 후:
포기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함.
역설:
템플릿이 0개일 때: 그냥 빈 페이지에 씀
템플릿이 23개일 때: 선택 못 해서 안 씀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
완벽한 템플릿을 찾아 헤맸다
“아직 완벽한 템플릿을 못 찾은 거야.”
4개월차: 템플릿 커스터마이징
“내가 직접 만들면 되겠다!”
“완벽한 독서 기록 시스템” 제작:
1주차: 구조 설계
– 참고한 템플릿: 12개
– 필드 설계: 3시간
– 관계 설정: 2시간
– 뷰 디자인: 2시간
2주차: 구현
– 데이터베이스 생성
– 공식(formula) 작성 (난이도 높음)
– 롤업(rollup) 설정
– 자동화 연결
3주차: 테스트 및 수정
– 샘플 데이터 입력
– 문제점 발견
– 재설계
– 다시 구현
4주차: 완성!
“완벽해!”
사용 횟수: 0회
이유:
직접 만든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쓰기 귀찮음.
20시간 들여서 만들었는데 사용 안 함.
템플릿 없이 1주일 실험
“템플릿을 안 쓰면 어떻게 될까?”
규칙:
– 모든 템플릿 사용 금지
– 빈 페이지에서 시작
– 필요한 것만 추가
–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Day 1: 독서 기록
책을 읽었다.
빈 페이지를 열었다.
작성:
제목: [책 제목]
저자: [저자]
완독일: 2024-11-24
메모:
- 핵심 아이디어 1
- 핵심 아이디어 2
- 실행할 것
소요 시간: 2분
템플릿 사용 시:
– 17개 필드 채우기: 15분
– 귀찮아서 안 함
Day 3: 프로젝트 관리
새 프로젝트 시작.
빈 페이지:
프로젝트: [이름]
할 일:
- [ ] 작업 1
- [ ] 작업 2
- [ ] 작업 3
소요 시간: 1분
템플릿 사용 시:
– 칸반보드, 타임라인, 담당자, 우선순위, 태그, 상태…
– 설정하는 데 10분
– 복잡해서 사용 안 함
Day 7: 결과
생산성:
– 독서 기록: 3권 기록 (vs 0권)
– 프로젝트 진행: 순조로움
– 습관 체크: 매일 함 (간단한 리스트)
소요 시간:
– 템플릿 없이: 하루 5분
– 템플릿 사용 시: 설정 30분 + 사용 안 함
깨달음:
단순할수록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한다.
깨달은 것
템플릿 수집의 함정:
1. 수집 ≠ 사용
착각:
– 템플릿 많음 = 체계적
– 유료 템플릿 = 더 좋음
– 복잡한 시스템 = 전문적
현실:
– 템플릿 많음 = 선택 장애
– 유료 템플릿 = 더 복잡함
– 복잡한 시스템 = 사용 안 함
2. 복잡함은 적이다
17개 필드 템플릿:
– 완벽해 보임
– 채우기 귀찮음
– 사용 안 함
3개 필드 간단 메모:
– 허술해 보임
– 빠르게 작성
– 실제로 사용함
3. 템플릿은 시작점일 뿐
템플릿을 찾는 게 목표가 아니라,
템플릿을 사용하는 게 목표.
4. 완벽한 템플릿은 없다
287개를 모아도 “완벽한” 템플릿은 없었다.
왜?
내 상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
5. 만드는 것 < 사용하는 것
20시간 들여서 완벽한 템플릿 만들기보다,
빈 페이지에 2분 만에 쓰는 게 100배 낫다.
완벽한 작업 환경 세팅에 집착한 것처럼, 준비에만 시간 쓰고 실행은 안 했다.
새로운 원칙
1. 템플릿 제로 원칙
기본값: 빈 페이지
템플릿은 정말 필요할 때만.
2. 3-필드 룰
템플릿 만들 때:
– 필드는 최대 3개
– 그 이상은 복잡함
3. 즉시 사용 테스트
새 템플릿을 받으면:
– 5분 안에 실제 데이터 입력
– 안 되면 삭제
모아두기만 하지 말기.
4. 템플릿 수집 금지
- 새 템플릿 다운로드 전: “지금 바로 쓸 건가?” 자문
- NO면 다운로드 안 함
5. 정기적 정리
- 한 달에 한 번
- 사용 안 한 템플릿 전부 삭제
지금 나의 시스템
Notion 페이지 수: 12개
템플릿 수: 0개
사용하는 것:
- 일일 노트
- 날짜
- 할 일 3개
-
메모
-
독서 기록
- 제목
- 완독일
-
핵심 아이디어
-
프로젝트
- 프로젝트명
- 체크리스트
버린 것:
– 287개 템플릿
– 27만원치 유료 템플릿
– 복잡한 데이터베이스
결과:
사용률:
– 이전 (템플릿 287개): 0%
– 현재 (템플릿 0개): 100%
소요 시간:
– 이전: 템플릿 관리 주 2시간 + 사용 0시간
– 현재: 사용 하루 5분 = 주 35분
생산성:
– 독서 기록: 월 0권 → 월 12권
– 프로젝트 진행: 지연 → 순조로움
– 습관 추적: 안 함 → 매일 체크
결론: 사용하는 시스템이 최고다
템플릿 수집의 역설:
문제:
– 템플릿만 모으기
– 사용은 안 함
– 복잡한 시스템
– 선택 장애
해결:
– 빈 페이지에서 시작
– 단순하게 유지
– 즉시 사용
– 안 쓰면 삭제
27만원, 287개 템플릿 모으기보다,
빈 페이지에 3줄 적고 실제로 사용하는 게 1000배 낫다.
가장 좋은 템플릿은 사용하는 템플릿이다.
완벽한 템플릿을 찾는 게 목표가 아니라, 쓴 내용을 실행하는 게 목표다.
P.S. 지금 내 Notion에는 템플릿이 하나도 없다. 필요할 때마다 빈 페이지를 만들고 3줄 쓴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