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자동화하면 시간이 남을 거야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게 자동으로 처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산성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자동화 워크플로우가 부러웠다.
“Shortcuts로 이것도 되고, Zapier로 저것도 되고…”
나도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
완벽한 워크플로우를 만들기 시작했다

설치한 앱:
– Shortcuts (iOS 기본)
– Zapier (연동용)
– IFTTT (백업용)
– Make (고급 자동화용)
– n8n (오픈소스 대안)
“이제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첫 번째 워크플로우: 아침 루틴 자동화
목표:
출근할 때 자동으로:
1. 날씨 확인
2. 일정 요약
3. 출근 경로 최적화
4. Slack에 “출근” 메시지
5. Do Not Disturb 해제
6. 특정 플레이리스트 재생
소요 시간: 2시간
결과: 완벽하게 작동! ✅
두 번째 워크플로우: 회의 준비 자동화
목표:
회의 30분 전 자동으로:
1. 회의 노트 생성 (Notion)
2. 관련 문서 링크 수집
3. 참석자에게 알림
4. 캘린더에 사전 알림
5. Zoom 링크 복사
소요 시간: 3시간
에러가 계속 났다.
– Notion API 설정
– Zapier 권한 문제
– 트리거 조건 수정
4번 테스트해서 성공! ✅
세 번째 워크플로우: 이메일 자동 분류
목표:
중요한 이메일이 오면 자동으로:
1. 발신자 확인
2. 키워드 추출
3. Notion 데이터베이스에 추가
4. Slack으로 알림
5. ToDo 리스트에 작업 생성
소요 시간: 4시간
복잡한 조건 분기:
– IF 발신자가 A이고, 제목에 “긴급”이 포함되면 → Slack 알림
– ELSE IF 발신자가 B이고, 첨부파일이 있으면 → Notion에 저장
– ELSE IF 제목에 “회의”가 포함되면 → 캘린더에 추가
– ELSE → 무시
결국 작동은 했지만… 뭔가 불안정함.
워크플로우 만드는 게 일이 되었다

한 달 동안 만든 워크플로우: 23개
- 아침 루틴 자동화
- 회의 준비 자동화
- 이메일 자동 분류
- 운동 기록 자동화
- 독서 기록 자동화
- 식단 기록 자동화
- 지출 자동 추적
- 출퇴근 시간 자동 기록
- 날씨 기반 옷차림 추천
- 수면 데이터 수집
- SNS 포스팅 자동화
- 사진 자동 백업 및 분류
- 파일 자동 정리
- 알림 자동 집계
- 배터리 낮으면 자동 절전
- 집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Wi-Fi 연결
- 회사 도착하면 Slack 상태 변경
- 주말에 자동으로 알람 끄기
- 뉴스레터 자동 요약
- 영수증 자동 정리
- 명함 자동 스캔 및 저장
- 회의록 자동 작성
- 주간 리포트 자동 생성
총 소요 시간: 67시간
“이제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이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 1: 워크플로우가 실패한다
어느 날 아침, 출근 워크플로우가 작동 안 함.
원인:
– Zapier API 제한
– Shortcuts 버전 업데이트
– 권한 만료
고치는 데 30분 소요.
다음 날, 이메일 자동 분류 워크플로우 실패.
원인:
– Gmail API 변경
– Notion 연동 끊김
고치는 데 1시간 소요.
일주일에 3번 이상 워크플로우 에러 발생.
자동화 앱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다 쓴 이야기처럼, 자동화를 유지 보수하는 게 더 복잡했다.
문제 2: 실제로 얼마나 쓰는가?
한 달 후 통계:
23개 워크플로우 중:
– 매일 사용: 2개
– 가끔 사용: 5개
– 거의 안 씀: 16개
사용 빈도:
– 아침 루틴 자동화: 30회
– 회의 준비 자동화: 3회 (회의가 별로 없었음)
– 이메일 자동 분류: 작동은 하지만 실제로 유용한지 모르겠음
– 날씨 기반 옷차림 추천: 1회 (추천이 이상했음)
– 영수증 자동 정리: 0회 (영수증을 스캔하는 게 더 귀찮음)
67시간 들여서 만든 워크플로우, 실제로는 2개만 유용했다.
복잡한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만드는 데 시간 다 쓰고 실제 사용은 안 했다.
워크플로우 최적화에 집착했다
“아침 루틴 워크플로우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야.”
현재 속도: 15초
개선 목표: 10초
시도한 것:
1. 불필요한 단계 제거 (30분 소요)
2. API 호출 순서 최적화 (1시간 소요)
3. 캐싱 추가 (2시간 소요)
결과: 12초
절약한 시간: 3초
들인 시간: 3.5시간
3.5시간 들여서 3초 절약.
4,200번 사용해야 본전.
매일 사용해도 11년 걸림.
포모도로 타이머 설정을 30분씩 조정한 것처럼, 미세 최적화에 집착하다 시간 낭비했다.
자동화하는 게 수동보다 느렸다
케이스 1: 회의록 자동 작성
워크플로우 설정:
1. 회의 녹음
2.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 (Whisper API)
3. 요약 생성 (ChatGPT API)
4. Notion에 저장
설정 시간: 5시간
실제 사용:
– 회의 1회
– 워크플로우 실행 시간: 10분
– 결과 확인 및 수정: 15분
– 총 25분
수동으로 했다면:
– 회의 중 메모: 5분
– 정리: 5분
– 총 10분
자동화가 더 느렸다.
케이스 2: 영수증 자동 정리
워크플로우:
1. 영수증 사진 촬영
2. OCR로 텍스트 추출
3. 카테고리 분류
4. 스프레드시트에 저장
설정 시간: 3시간
실제 사용:
– 영수증 사진 찍기: 매번 각도 조정 필요 (1분)
– OCR 실패율 30% → 수동 입력
– 카테고리 자동 분류 실패 → 수동 선택
– 총 3분
수동으로 입력:
– 앱 열고 금액 입력: 30초
자동화가 6배 느렸다.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게 목표가 되었다
어느 순간, 일을 하려고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워크플로우를 만들기 위해 일을 찾고 있었다.
“이것도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자동화를 시도한 것들:
- 아침에 커피 머신 켜기
- 스마트 플러그 구매
- Shortcuts 설정
- 문제: 커피 머신이 멀리 있어서 어차피 직접 가야 함
-
버튼 누르는 게 더 빠름
-
Slack 상태 자동 변경
- 위치 기반 트리거
- 캘린더 일정 연동
- 문제: 상태가 이상하게 바뀜 (회의 중인데 “자리 비움”)
-
수동으로 바꾸는 게 정확함
-
독서 기록 자동화
- Kindle 하이라이트 → Notion 자동 저장
- 문제: 그래서 뭐? 하이라이트만 쌓이고 다시 안 봄
- 기록이 목표가 아니라 읽는 게 목표
독서 기록 앱에 책만 등록하고 읽지 않은 것처럼, 자동화 시스템은 완벽한데 본질적인 행동은 안 했다.
10분 일에 3시간 자동화
가장 황당했던 경우:
자동화하려던 일:
“매주 금요일에 주간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 내용:
– 이번 주 한 일 (3줄)
– 다음 주 할 일 (3줄)
수동으로 작성: 10분
자동화 시도:
- Notion에서 완료한 작업 자동 수집
- 카테고리별로 분류
- 템플릿에 자동 삽입
- 이메일로 전송
설정 시간: 3시간
결과:
– 작동은 함
– 하지만 자동 생성된 보고서가 이상함
– 결국 수동으로 수정 필요
– 총 시간: 15분 (자동화 후가 더 오래 걸림)
3시간 들여서 자동화했는데, 오히려 5분 더 오래 걸렸다.
워크플로우를 포기했다
3개월 후, 대부분의 워크플로우를 삭제했다.
남긴 것: 2개
- 아침 루틴 워크플로우
- 매일 사용
- 실제로 유용함
-
안정적으로 작동
-
집 도착 시 Wi-Fi 자동 연결
- 간단함
- 에러 없음
- 설정 시간 5분
삭제한 것: 21개
이유:
– 사용 안 함: 16개
– 너무 복잡함: 3개
– 수동이 더 빠름: 2개
깨달은 것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함정:
1. 자동화할 가치가 있는가?
자동화가 가치 있는 경우:
– 매일 반복하는 작업
–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작업
– 오래 걸리는 작업 (30분 이상)
자동화가 낭비인 경우:
– 가끔 하는 작업 (월 1회 미만)
– 복잡하고 예외가 많은 작업
– 빨리 끝나는 작업 (5분 이내)
2. ROI 계산하기
공식:
자동화 가치 = (절약 시간 × 반복 횟수) – 설정 시간
예시 1: 아침 루틴
– 수동: 5분
– 자동: 15초
– 절약: 4분 45초
– 빈도: 매일
– 설정: 2시간
ROI: (4.75분 × 365회) – 120분 = 1,613분 = 26시간 절약 ✅
예시 2: 주간 보고서
– 수동: 10분
– 자동: 15분 (수정 포함)
– 절약: -5분
– 빈도: 주 1회
– 설정: 3시간
ROI: (-5분 × 52회) – 180분 = -440분 = 7시간 손해 ❌
3. 단순함이 최고다
복잡한 워크플로우:
– 5개 이상의 단계
– 2개 이상의 조건 분기
– 3개 이상의 앱 연동
결과:
– 에러 많음
– 유지 보수 어려움
– 디버깅 힘듦
단순한 워크플로우:
– 3개 이하의 단계
– 조건 분기 없음
– 1-2개 앱만 사용
결과:
– 안정적
– 유지 보수 쉬움
– 실제로 사용함
북마크를 47개 폴더로 분류했다가 너무 복잡해진 것처럼, 복잡한 시스템은 오히려 방해가 됐다.
4. 완벽한 자동화는 없다
모든 걸 자동화하려는 순간, 워크플로우 만드는 게 일이 된다.
현실:
– API는 변경됨
– 앱은 업데이트됨
– 권한은 만료됨
– 예외 상황은 항상 있음
자동화는 도구지, 목표가 아니다.
새로운 원칙
1. 자동화 기준:
– 매일 하는가? (주 5회 이상)
– 30분 이상 걸리는가?
– 완전히 동일한 단계인가?
→ 3가지 모두 YES면 자동화
→ 하나라도 NO면 수동
2. 3-3-3 규칙:
– 3단계 이내: 워크플로우는 3단계까지만
– 3개 앱 이내: 연동은 3개 앱까지만
– 3시간 이내: 설정 시간은 3시간까지만
→ 초과하면 포기
3. 1개월 테스트:
– 일단 수동으로 1개월 해보기
– 정말 매일 하는지 확인
– 패턴이 일정한지 확인
– 그래도 자동화 필요하면 시작
결론: 자동화는 마지막 단계
워크플로우 자동화의 역설:
문제:
– 자동화부터 시작
– 복잡한 시스템 구축
– 사용하지 않음
해결:
1. 수동으로 충분히 해보기
2. 정말 필요한지 확인
3. 단순하게 자동화
4. ROI 계산
자동화는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고 확신할 때만 하는 것.
가장 좋은 워크플로우는 만들지 않는 워크플로우다.
3시간 들여서 워크플로우 만들기보다, 그냥 10분씩 수동으로 하는 게 100배 낫다.
P.S. 지금 내가 매일 쓰는 워크플로우는 딱 2개다. 설정 시간은 총 2시간. 절약하는 시간은 하루 10분.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