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플래너면 계획을 잘 세울 거야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다가 멈췄다.
#플래너꾸미기 #다이어리데코
손글씨로 예쁘게 쓴 계획표, 알록달록한 스티커, 깔끔한 레이아웃…
“나도 저렇게 하면 계획적으로 살 수 있을 거야.”
예쁜 플래너를 사야겠다.
완벽한 플래너를 찾기 시작했다

1단계: 플래너 선택 (1주일 소요)
후보:
1. 모닝글로리 플래너 – 가성비
2. 몰스킨 – 클래식함
3. 호보니치 – 일본 감성
4. 루카스 플래너 – 한국 디자인
5. 패션플래너 – 예쁨
6. 무인양품 – 미니멀
7. DIY 바인더 – 커스터마이징
8. 로이체 – 프리미엄
리서치:
– 유튜브 “플래너 비교” 영상 12개 시청 (4시간)
– 인스타 플래너 계정 팔로우 20개
– 블로그 리뷰 읽기 (3시간)
– 문구점 3곳 방문 (2시간)
결정: 호보니치 + DIY 바인더 (둘 다 구매)
“호보니치는 일상용, 바인더는 업무용!”
2단계: 꾸미기 도구 구매 (1주일 소요)
플래너만으로는 부족했다.
쇼핑 리스트:
펜:
– 컬러펜 세트 (12색)
– 형광펜 세트 (6색)
– 파스텔 마커 (8색)
– 미니 볼펜 (5색)
– 만년필 (손글씨용)
스티커:
– 날짜 스티커
– 할 일 스티커
– 감정 스티커
– 날씨 스티커
–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 10종
기타:
– 마스킹테이프 15종
– 스탬프 세트
– 자
– 템플릿
– 보관함
총 지출: 약 25만원
“이제 완벽한 도구가 다 갖춰졌어!”
플래너 꾸미기가 일이 되었다

첫 주: 열정 가득
일요일 저녁 루틴:
- 다음 주 계획 세우기 (2시간)
- 주간 페이지 레이아웃 디자인 (30분)
- 날짜 스티커 정렬 (20분)
- 마스킹테이프로 테두리 (15분)
- 컬러펜으로 제목 쓰기 (20분)
- 전체 배치 조정 (20분)
-
사진 촬영 (15분)
-
인스타그램 업로드
- 필터 선택
- 캡션 작성
-
해시태그 20개
-
좋아요: 87개 ❤️
“뿌듯해! 이번 주는 계획대로 살 거야!”
월요일 아침:
플래너를 폈다.
예쁘게 꾸며진 “월요일” 페이지.
계획:
– [ ] 프로젝트 A 시작
– [ ] 운동 30분
– [ ] 책 읽기
“오늘은 완벽하게 실행할 거야!”
월요일 저녁:
실제 완료:
– [x] 플래너 펼쳐서 감상 (10분)
– [ ] 프로젝트 A 시작 ❌
– [ ] 운동 30분 ❌
– [ ] 책 읽기 ❌
“내일은 할 거야…”
화요일~일요일:
같은 패턴 반복.
플래너는 예쁜데, 체크는 하나도 안 됨.
할 일 앱에서 체크만 하고 실제로는 안 한 것처럼, 플래너를 쓰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였다.
꾸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2주차 통계:
플래너 관련 시간:
– 주간 레이아웃 꾸미기: 2시간
– 일일 페이지 꾸미기: 매일 30분 = 3.5시간
– 스티커 정리 및 선택: 1시간
– 인스타 사진 촬영 및 편집: 1시간
– 다른 사람 플래너 구경: 2시간
총 9.5시간
실제 계획 실행 시간:
– 프로젝트 작업: 1시간
– 운동: 0시간
– 독서: 0시간
총 1시간
역설:
플래너 꾸미기 (9.5시간) > 실제 일하기 (1시간)
플래너를 바꾸면 달라질 거야
“호보니치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인스타에서 본 다른 플래너가 더 좋아 보였다.
플래너 변천사 (3개월):
1개월차: 호보니치
– 문제: 한글 쓰기 불편, 너무 작음
– 사용률: 50%
2개월차: DIY 바인더
– 문제: 리필 구멍 뚫기 귀찮음, 무거움
– 사용률: 30%
3개월차: 디지털 플래너 (iPad + GoodNotes)
– “역시 디지털이 답이야!”
– 디지털 스티커 구매 (2만원)
– 문제: 손으로 쓰는 느낌이 없음
– 사용률: 20%
4개월차: 다시 종이 플래너
– “역시 아날로그가 좋아”
– 새 플래너 구매 (3만원)
– 사용률: 10%
패턴:
새 플래너를 살 때마다 처음 1주일은 열심히 꾸미고, 이후 방치.
노트 앱을 계속 바꾸기만 하고 노트는 안 쓴 것처럼, 도구만 바꾸고 행동은 안 바뀌었다.
꾸미기가 목표가 되었다
어느 순간, 계획을 실행하려고 플래너를 쓰는 게 아니라,
플래너를 꾸미기 위해 계획을 쓰고 있었다.
증거 1: 사진발 계획
실제 중요한 할 일:
“코드 리뷰 완료하기”
플래너에 쓴 것:
“✨ 코드 리뷰 완료하기 ✨”
– 예쁜 글씨체
– 핑크색 형광펜
– 별 스티커
시간: 5분
실제 실행: 안 함
증거 2: 인스타용 계획
월요일 계획:
– [ ] 🌅 아침 루틴 (요가 30분)
– [ ] 💻 집중 작업 (3시간)
– [ ] 📚 독서 (1시간)
– [ ] 🥗 건강한 저녁
– [ ] 🧘♀️ 명상 (10분)
현실:
– 아침 루틴: 안 함
– 집중 작업: 30분
– 독서: 안 함
– 건강한 저녁: 치킨
– 명상: 안 함
하지만 플래너는 예쁘게 꾸며졌고, 인스타에 올렸고, 좋아요 92개 받았다.
좋아요가 목표가 되었다.
실행하지 않는 계획의 함정
3개월 후 통계:
작성한 계획: 267개
실행한 계획: 34개 (13%)
카테고리별 분석:
운동 계획:
– 작성: 52회
– 실행: 3회 (6%)
독서 계획:
– 작성: 38회
– 실행: 5회 (13%)
프로젝트 작업:
– 작성: 89회
– 실행: 18회 (20%)
자기계발:
– 작성: 44회
– 실행: 2회 (5%)
공통점:
모든 계획이 예쁘게 꾸며져 있음.
하지만 체크는 거의 안 됨.
독서 기록 앱에 책만 등록하고 읽지 않은 것처럼, 기록과 실행은 별개였다.
플래너 없이 1주일 실험
“플래너를 안 쓰면 어떻게 될까?”
규칙:
– 플래너 사용 금지
– 꾸미기 금지
– 인스타 플래너 계정 언팔로우
– A4 용지에 할 일 3개만 적기
1일차:
– 불안함
– “플래너에 안 쓰면 까먹을 것 같아…”
– A4에 할 일 3개 적음
– 2개 완료
3일차:
– A4 용지 방식에 익숙해짐
– 할 일 3개 적음
– 3개 완료
7일차:
– 가장 생산적인 한 주
– 계획 21개 작성
– 18개 완료 (86%)
사용한 도구:
– A4 용지
– 볼펜
– 그게 다
소요 시간:
– 계획 작성: 하루 5분
– 꾸미기: 0분
– 총 35분 (vs 플래너 사용 시 9.5시간)
역설:
플래너를 안 쓸 때 오히려 더 많이 실행했다.
깨달은 것
플래너 꾸미기의 함정:
1. 꾸미기 ≠ 실행
착각:
– 예쁘게 쓰면 = 실행할 것 같음
– 스티커 붙이면 = 동기부여됨
– 사진 찍으면 = 책임감 생김
현실:
– 예쁘게 쓰기 = 5분 성취감
– 스티커 붙이기 = 일 한 것 같은 착각
– 사진 찍기 = SNS 좋아요 목적
2. 완벽한 플래너는 없다
3개월 동안 5개 플래너를 바꿨지만,
문제는 플래너가 아니라 실행력이었다.
3. 꾸미는 시간 > 실행하는 시간
- 플래너 꾸미기: 주 9.5시간
- 실제 실행: 주 1시간
9.5시간을 꾸미기에 쓸 바에, 그 시간에 일을 했으면 훨씬 많이 할 수 있었다.
4. SNS가 왜곡시킨다
인스타 플래너 계정의 문제:
– 예쁜 플래너 = 생산적인 사람으로 보임
– 좋아요 = 보상
– 꾸미기 = 콘텐츠 제작
결과:
실행보다 꾸미기에 집중하게 됨.
생산성 콘텐츠만 보다가 정작 일은 안 한 것처럼, 보여주기에 집착하면 본질을 놓친다.
5. 복잡함은 방해다
복잡한 플래너:
– 스티커 선택 (어떤 걸 붙일까?)
– 색깔 고민 (빨강? 파랑?)
– 레이아웃 조정 (여기? 저기?)
단순한 방법:
– A4 용지에 할 일 3개
– 끝
복잡할수록 실행은 줄어든다.
새로운 원칙
1. 3-3-3 룰
- 3분 작성: 계획 작성은 3분 이내
- 3개 이하: 하루 할 일은 3개 이하
- 3초 꾸미기: 꾸미기는 3초 (안 해도 됨)
2. 꾸미기 금지
- 스티커 ❌
- 컬러펜 ❌
- 마스킹테이프 ❌
- 사진 촬영 ❌
검은 볼펜 하나면 충분.
3. 실행 후 기록
❌ 계획 먼저 예쁘게 쓰고 → 실행 안 함
✅ 일 하고 → 간단히 체크
4. 플래너 vs 메모지
플래너가 필요한 경우:
– 장기 계획 (월간, 연간)
– 날짜가 중요한 일정
메모지면 충분한 경우:
– 오늘 할 일
– 단기 작업 목록
대부분은 메모지로 충분하다.
5. SNS 비교 끊기
- 플래너 계정 언팔로우
-
플래너꾸미기 검색 안 하기
- 내 플래너 올리지 않기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꾸밀 필요가 없다.
지금 나의 시스템
도구:
– A4 용지 1장
– 검은 볼펜
방법:
아침:
1. 용지에 오늘 할 일 3개 적기 (2분)
2. 우선순위 1, 2, 3 번호 매기기
저녁:
1. 완료한 것 체크 ✓
2. 못 한 것은 내일로 이동 또는 삭제
3. 용지 버리기
규칙:
– 꾸미지 않기
– 사진 안 찍기
– 3개 이상 쓰지 않기
버린 것:
– 플래너 5권
– 스티커 50종
– 마스킹테이프 15개
– 컬러펜 30자루
결과:
한 달 동안:
– 계획 작성 시간: 하루 2분 = 월 1시간
– 꾸미기 시간: 0시간
– 실행률: 78%
vs 플래너 사용 시:
– 계획 작성 시간: 하루 30분 = 월 15시간
– 꾸미기 시간: 주 9시간 = 월 36시간
– 실행률: 13%
시간 절약: 50시간/월
결론: 실행이 답이다
플래너 꾸미기의 역설:
문제:
– 꾸미기에 집중
– 플래너만 바꾸기
– SNS 좋아요 중독
– 실행은 안 함
해결:
– 단순하게 쓰기
– 꾸미지 않기
– 3개만 적기
– 바로 실행
25만원, 51시간 들여서 예쁜 플래너 꾸미기보다,
A4 용지에 할 일 3개 적고 실행하는 게 1000배 낫다.
가장 좋은 플래너는 실행하는 플래너다.
플래너를 예쁘게 꾸미는 게 목표가 아니라, 쓴 계획을 실행하는 게 목표다.
P.S. 지금 내 책상 위에는 플래너가 없다. A4 용지 1장에 오늘 할 일 3개만 적혀 있다. 2개는 이미 체크했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