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시스템을 만들다가 책은 한 권도 못 읽었다

제대로 읽으려면 제대로 기록해야겠지

“읽고 안 쓰면 안 읽은 거다.”
“독서 노트가 진짜 독서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생산성 유튜버들은 자신의 독서 시스템을 자랑했다. “이 노트 방식 덕분에 책 한 권을 100% 흡수해요!”

그래, 나도 제대로 된 독서 노트 시스템을 만들자.

독서 노트 시스템 연구

검색: “효과적인 독서 노트 방법”

발견한 방법론:

1. 코넬 노트법
– 키워드 / 노트 / 요약
– 3분할 구조

2. 마인드맵
– 중심 주제에서 가지치기
– 시각적 연결

3. Zettelkasten
– 원자적 노트
– 링크로 연결
– 고유 ID

4. Progressive Summarization
– 1차: 하이라이트
– 2차: 볼드
– 3차: 요약
– 4차: 나만의 언어로

5. How to Take Smart Notes (책)
– 3가지 노트: 임시, 영구, 프로젝트
– 연결이 핵심

“다 좋아 보이는데…”

세컨드 브레인 연구했던 것처럼 또 방법론에 빠졌다.

Notion 독서 노트 템플릿 제작

1단계: 데이터베이스 설계

책 DB:
– 제목
– 저자
– 분야
– 읽기 시작일
– 읽기 완료일
– 상태 (읽는 중/완료/보류)
– 평점 (1-5)
– 표지 이미지

2단계: 노트 템플릿

## 📖 기본 정보
- 저자:
- 출판사:
- 읽은 기간:
- 분야:

## 💡 한 줄 요약


## 📝 핵심 내용
### 1장:
### 2장:
### 3장:
...

## ✍️ 인상 깊은 구절
> "인용구 1"
> "인용구 2"
...

## 🔗 연결되는 생각
- [[다른 노트 1]]
- [[다른 노트 2]]

## ✅ 액션 아이템
- [ ] 실천할 것 1
- [ ] 실천할 것 2

## 💭 나의 생각


## ⭐ 평점: /5

템플릿 제작 시간: 3시간

불렛저널 셋업처럼 또 템플릿에 시간 씀.

3단계: 워크플로우 설계

읽기 전:
1. 책 DB에 등록
2. 기대하는 점 작성

읽는 중:
1. 하이라이트
2. 메모
3. 페이지 번호 기록

읽은 후:
1. 노트 템플릿 채우기
2. 핵심 요약
3. 액션 아이템 정리
4. 연결 노트 링크

워크플로우 설계 시간: 2시간

총 시스템 구축: 5시간

첫 번째 책 시도

선택: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

읽기 전:

Notion 열기.
책 DB에 등록.
– 제목: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저자: 제임스 클리어
– 분야: 자기계발
– 상태: 읽는 중
– 시작일: 오늘

기대하는 점 작성:
“습관 형성의 과학적 방법을 배우고 싶다.”

15분 소요.

읽기 시작:

1페이지…

“어, 이 문장 좋은데?”

하이라이트 + 메모:
“1% 개선의 복리 효과 – 37배 향상”

5페이지…

“이것도 중요하네.”

하이라이트 + 메모:
“습관은 정체성의 증거다”

10페이지…

“이것도…”

하이라이트.

15페이지…

하이라이트.

1시간 경과:
– 읽은 페이지: 20페이지
– 하이라이트: 25개
– 메모: 15개

“책 읽는 건지 메모하는 건지 모르겠네…”

첫 번째 책: 중단

1주일 후:

진행 상황:
– 읽은 페이지: 50페이지 (300페이지 중)
– 하이라이트: 80개
– 메모: 40개
– 읽기 시간: 5시간
– 메모 시간: 3시간

문제:
– 읽는 속도 너무 느림
– 메모가 부담
– 흐름이 끊김

결정:
“일단 다 읽고 나중에 정리하자.”

2주 후:

책 완독.

이제 노트 정리:

Notion 템플릿 열기.

## 📝 핵심 내용
### 1장:

“1장 내용이 뭐였더라?”

책 다시 펼치기.

“어… 하이라이트가 너무 많아서 뭐가 핵심인지 모르겠네.”

하이라이트 80개 → 핵심 추리기 → 2시간

## ✍️ 인상 깊은 구절

“인상 깊었던 게… 다 인상 깊었는데…”

선별 → 1시간

## 🔗 연결되는 생각

“연결할 다른 노트가 없네…”

스킵.

## ✅ 액션 아이템

“실천할 것…”

  • 매일 1% 개선하기
  • 환경 디자인하기
  • 습관 스태킹

작성 → 30분

총 노트 정리 시간: 4시간

결과:

  • 책 읽기: 5시간
  • 중간 메모: 3시간
  • 노트 정리: 4시간
  • 총: 12시간

보통 책 한 권: 4시간

3배의 시간.

두 번째 책: 포기

다음 책 시도.

읽기 시작:
1페이지…

“또 하이라이트 해야 하나…”

부담감.

5페이지에서 멈춤.

“나중에 읽어야지.”

3주째 안 읽음.

원인:
– 독서 = 노트 = 부담
– 노트 안 하면 = 제대로 안 읽는 것 같은 죄책감
– 그래서 안 읽음

독서량 비교

시스템 도입 전 (작년):
– 월 평균: 2권
– 연간: 24권
– 노트: 없음

시스템 도입 후 (올해):
– 6개월간: 1권 (Atomic Habits)
– 연간 예상: 2권
– 노트: 1개 (엄청 상세함)

노트 시스템 도입 후 독서량 1/12로 감소.

문제를 분석했다

왜 독서 노트가 독서를 방해했을까?

1. 읽기와 기록은 다른 모드

읽기: 몰입, 흐름, 이해
기록: 분석, 정리, 분류

동시에 하면:
– 둘 다 방해
– 몰입 못 함
– 흐름 끊김

2. 과도한 하이라이트

처음: “이것도 중요해!”
결과: 80개 하이라이트

전부 중요 =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음

3. 완벽주의

템플릿:
– 기본 정보 ✓
– 한 줄 요약 ✓
– 핵심 내용 ✓
– 인용구 ✓
– 연결 노트 ✓
– 액션 아이템 ✓
– 나의 생각 ✓
– 평점 ✓

8개 섹션 다 채워야 한다는 압박.

목표 100개처럼, 너무 많으면 못 함.

4. 노트 = 또 다른 일

원래: 책 읽고 싶음
추가: 노트 정리해야 함

책 = 즐거움
노트 = 일

즐거움에 일이 붙으면 안 하게 됨.

5. 나중에 안 봄

열심히 쓴 Atomic Habits 노트:

마지막 열람: 3개월 전

4시간 들인 노트, 열어본 횟수: 2회

메모 500개 안 본 것과 동일.

6. 기억은 반복으로

착각:
“노트 쓰면 기억에 남는다.”

현실:
– 노트 써도 안 보면 잊음
– 반복 읽기가 더 효과적

새로운 방법: 그냥 읽기

규칙:

  1. 하이라이트 안 함
  2. 메모 안 함
  3. 노트 안 씀
  4. 그냥 읽음

첫 책:

편하게 읽기 시작.

중간에 멈추지 않음.
핸드폰 안 꺼냄.
그냥 읽음.

결과:
– 300페이지 책: 4시간
– 노트: 없음
– 기억나는 것: 핵심 3가지

비교:

이전 (노트 시스템):
– 시간: 12시간
– 노트: 완벽함
– 기억: 노트 안 보면 잊음

현재 (그냥 읽기):
– 시간: 4시간
– 노트: 없음
– 기억: 핵심 3가지

12시간 × 노트 = 핵심 3가지 (노트 봐야 함)
4시간 × 그냥 = 핵심 3가지 (바로 기억)

같은 결과, 1/3 시간.

정말 필요하면

책이 정말 중요하면:

방법 1: 3줄 메모

읽고 나서, 떠오르는 것 3개만.

  • 1줄
  • 2줄
  • 3줄

끝.

5분.

방법 2: 1장 요약

정말정말 중요한 책.

A4 한 장에 핵심만.

15분.

방법 3: 다시 읽기

좋은 책은 다시 읽는 게 나음.
노트보다 재독.

현재 독서 상태

시스템:
– 없음

노트:
– 안 씀 (99%)
– 3줄 메모 (1%)

독서량:

시스템 있을 때:
– 6개월: 1권

시스템 없앤 후:
– 6개월: 15권

15배 증가.

기억:
– 핵심은 기억남
– 세부 사항은 어차피 잊음
– 필요하면 다시 읽음

깨달은 것

1. 읽는 게 우선

안 읽으면 의미 없음.
노트 시스템 때문에 안 읽으면 본말전도.

2. 노트 ≠ 기억

써도 안 보면 잊음.
안 써도 중요한 건 기억남.

3. 양 vs 질의 착각

착각: 1권 완벽히 흡수
현실: 15권 대충 읽는 게 나음

왜?
– 다양한 관점
– 반복 노출
– 자연스러운 연결

4. 즐거움 보존

독서 = 즐거움
노트 = 의무

의무 붙이면 안 함.

5. 단순함

복잡한 시스템 < 그냥 읽기

결론: 완벽한 노트보다 한 권 더

독서 노트의 역설:

문제:
– 노트 시스템 구축에 시간
– 읽기와 기록 동시 = 둘 다 방해
– 과도한 하이라이트
– 노트 = 부담 = 안 읽음
– 써도 안 봄

해결:
– 시스템 없애기
– 그냥 읽기
– 필요하면 3줄만
– 좋으면 다시 읽기

12시간 들여서 1권 완벽히 노트하는 것보다,
4시간씩 3권 그냥 읽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독서 노트는 안 쓰는 것이다.

노트 쓰지 말고, 한 권 더 읽으면 된다.


P.S. Atomic Habits 노트는 아직 있다. 4시간 들인 역작. 마지막 열람: 6개월 전. 그냥 책 다시 읽는 게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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