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만 잘 관리하면 집중할 수 있겠지


“중요한 알림만 받으면 돼.”
“불필요한 알림은 끄면 되잖아.”
“알림 설정만 잘하면 방해 안 받아.”
그래, 알림을 정복하자.
알림 지옥의 시작

계기:
어느 날 세어봤다.
하루 알림: 247개
카톡, 메일, 인스타, 유튜브, 뉴스, 쇼핑몰, 은행, 캘린더…
“이러니까 집중을 못 하지.”
슬랙 알림 때문에 오히려 집중을 못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도 알림 때문에 하루가 쪼개졌었다.
결심: 알림 시스템을 정비하자
알림 분류 체계 구축

1단계: 모든 알림 끄기
설정 → 알림 → 전체 끄기
“일단 리셋.”
조용해졌다.
“오… 평화롭네.”
2시간 후:
“어? 택배가 언제 왔지?”
“회의가 10분 전이었어?”
“급한 연락을 못 봤네…”
전부 끄면 안 되는구나.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했다가 스마트폰만 더 만지게 됐던 때와 비슷했다. 극단적인 방법은 오래 못 간다.
완벽한 알림 시스템

2단계: 앱별 세분화
긴급 (즉시 알림):
– 전화
– 문자
– 카카오톡 (직장 단톡방만)
– 캘린더 알림
중요 (하루 3번 모아보기):
– 이메일
– 슬랙
– 업무용 앱
낮음 (무음):
– SNS 전체
– 쇼핑몰
– 게임
– 뉴스
끄기:
– 광고성 알림
– 추천 알림
– “오랜만이에요” 알림
설정 시간: 2시간
클라우드 폴더를 완벽하게 정리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분류 체계를 만드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완벽해.”
집중 모드 설정
3단계: 집중 모드 세분화
업무 집중:
– 긴급만 허용
– 9시-6시
개인 시간:
– 중요까지 허용
– 6시-9시
수면:
– 전화만 허용
– 11시-7시
주말:
– 개인만 허용
설정 시간: 1시간
앱별 커스터마이징
4단계: 앱 내부 설정
카카오톡:
– 단톡방별 알림 설정
– 직장 → 켜기
– 친구 → 무음
– 대학 동기 → 끄기
– 가족 → 켜기
설정: 30분
이메일:
– VIP 발신자 설정
– 상사 → 즉시
– 클라이언트 → 즉시
– 뉴스레터 → 무음
– 광고 → 차단
설정: 45분
슬랙:
– 채널별 설정
– #general → 무음
– #urgent → 즉시
– DM → 즉시
– 멘션만 → 켜기
설정: 30분
캘린더:
– 일정 10분 전
– 중요 일정 1시간 전
– 반복 일정 → 끄기
설정: 15분
총 설정 시간: 4시간 이상
받은편지함 제로를 만들려고 매일 2시간씩 이메일만 봤던 함정이 떠올랐다.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관리 대상보다 많아지면 문제다.
예외 처리
5단계: 특수 상황
문제 1: 상사가 카톡으로 연락하면?
해결: 상사 번호를 ‘즉시 알림’ 연락처로
문제 2: 급한 메일이 스팸함에 갈 수도?
해결: VIP에 모든 업무 연락처 추가
추가 작업: 1시간
문제 3: 새 앱 깔면 알림 설정 안 됨
해결: 앱 설치할 때마다 즉시 설정
“설치 → 설정 → 분류”가 루틴.
1주일 후
결과:
알림: 247개 → 43개
84% 감소!
“해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들

문제 1: 설정 충돌
“왜 이 알림이 왔지?”
확인해보니:
– 집중 모드 설정 ✓
– 앱 설정 ✓
– 하지만 OS 업데이트로 리셋됨
재설정: 30분
문제 2: 놓친 알림
“그 메일 봤어요?”
“아… 중요로 설정 안 해놨네요…”
확인 시간: 매일 30분 (혹시 놓친 거 있나?)
문제 3: 새 앱/서비스
회사에서 새 툴 도입.
즉시 설정해야 함.
설정 시간: 15분
매달 새로운 앱 2-3개.
문제 4: 다른 기기
폰은 설정함.
아이패드는?
맥북은?
워치는?
기기별 설정 동기화.
추가: 1시간
유지 비용
매일:
– 혹시 놓친 알림 확인: 30분
– 잘못 온 알림 분석: 10분
매주:
– 설정 점검: 30분
– 새 연락처 VIP 추가: 15분
매달:
– 새 앱 설정: 30분
– OS 업데이트 후 재설정: 30분
월간 알림 관리 시간: 약 8시간
음성 메모를 녹음하고 정리만 하다 끝났던 경험과 같은 패턴이었다. 정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은 못 하는 역설.
결과
절약한 시간:
247개 → 43개
204개 알림 × 5초 = 17분/일
월간 절약: 8.5시간
소비한 시간:
초기 설정: 5시간
월간 유지: 8시간
첫 달:
절약 8.5시간 – 투자 13시간 = -4.5시간
손해.
진짜 문제 발견
어느 날:
“이번 달 알림 때문에 얼마나 방해받았지?”
세어봤다.
실제로 방해가 된 알림:
– 긴급해서 바로 봐야 했던 것: 15개
– 나중에 봐도 됐던 것: 28개
총 43개 중 진짜 방해: 15개
나머지 28개:
– 어차피 나중에 확인함
– 알림 오든 안 오든 똑같음
즉:
정교한 설정 없이 그냥 무음으로 해도 비슷한 결과.
실험
1주일간:
모든 설정 삭제.
규칙 딱 2개:
1. 전화/문자만 소리
2. 나머지 전부 무음
결과:
놓친 중요한 것: 0개
방해받은 횟수: 비슷함
설정 관리 시간: 0분
복잡한 시스템 = 복잡한 유지
포모도로 타이머를 100번 돌렸는데 집중은 한 번도 못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도구의 복잡함이 목적을 삼켜버린다.
깨달음
문제:
알림이 방해된다
→ 알림 시스템 만들자
→ 시스템 만드느라 시간 씀
→ 시스템 유지하느라 시간 씀
→ 원래 문제보다 더 바빠짐
진짜 답:
복잡한 분류 ✗
단순한 규칙 ✓
새로운 방법: 2가지 규칙
규칙 1: 소리 나는 것
– 전화
– 끝
규칙 2: 나머지
– 전부 무음
– 내가 원할 때 확인
설정 시간: 1분
유지 시간: 0분
현재 상태
알림:
– 소리: 전화만
– 나머지: 무음
확인 패턴:
– 아침: 이메일/메신저 확인
– 점심: 확인
– 퇴근 전: 확인
– 필요할 때: 확인
놓친 중요한 것: 거의 없음
이유:
– 진짜 급하면 전화 옴
– 나머지는 30분-1시간 늦게 봐도 됨
비교
이전 (완벽한 알림 시스템):
– 초기 설정: 5시간
– 월간 유지: 8시간
– 스트레스: 높음 (설정 관리)
– 효과: 복잡함
현재 (단순 규칙):
– 초기 설정: 1분
– 월간 유지: 0분
– 스트레스: 없음
– 효과: 동일
5시간 + 매달 8시간 = 낭비
깨달은 것
1. 알림 문제 ≠ 설정 문제
알림이 많아서 방해받는 게 아님.
알림에 바로 반응하는 습관이 문제.
2. 분류는 착각
긴급/중요/낮음 분류해봤자
어차피 다 확인하게 됨.
3. 시스템 < 습관
복잡한 설정 < 안 보는 습관
디톡스 앱을 깔아서 스마트폰 중독을 끊으려던 시도도 결국 같은 결론이었다. 앱이 아니라 습관이 문제다.
4. 진짜 급한 건 전화
급하면 전화 온다.
메시지는 안 급한 거다.
5. 단순함이 답
2가지 규칙으로 충분.
결론: 알림 설정보다 확인 습관
알림 설정의 역설:
문제:
– 복잡한 분류 체계
– 끝없는 설정 시간
– 유지 비용
– 여전히 방해받음
해결:
– 전화만 소리
– 나머지 무음
– 원할 때 확인
알림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보다,
보고 싶을 때만 보는 습관이 100배 낫다.
가장 좋은 알림 설정은 설정하지 않는 것이다.
알림을 분류하지 말고, 그냥 무음으로.
P.S. 이 글 쓰는 동안 알림이 23개 왔다. 하나도 안 봤다. 아무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