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데스크 샀는데 결국 앉아서 일했다

서서 일하면 생산성이 2배가 된다던데

서서 일하면 생산성이 2배가 된다던데

서서 일하면 생산적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희망에 찬 표정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다 서서 일해.”
“앉아 있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스탠딩 데스크 쓰고 나서 집중력이 확 올랐어요.”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었다. 깔끔한 홈오피스, 듀얼 모니터, 그리고 서서 일하는 사람. 생산성 유튜버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했던 때가 떠올랐다.

저렇게 하면 나도 생산적이겠지.

스탠딩 데스크 구매

스탠딩 데스크 구매

검색: “스탠딩 데스크 추천”

발견한 것들:

1. 수동 크랭크 방식
– 저렴함
– 높이 조절 번거로움

2. 전동 방식
– 버튼 하나로 높이 조절
– 메모리 기능
– 비쌈

3. 스탠딩 데스크 컨버터
– 기존 책상 위에 올려놓는 방식
– 공간 차지

“제대로 할 거면 전동으로.”

전동 스탠딩 데스크 구매: 890,000원

배송까지 2주.

설치의 날

드디어 도착.

조립: 3시간

완성.

버튼 눌러서 높이 올리기.

윙윙윙…

“우와, 진짜 올라간다.”

서서 노트북 켜기.

“오늘부터 나도 스탠딩족이다.”

첫째 주: 의욕 충만

첫째 주: 의욕 충만

스탠딩 데스크에서 의욕적으로 서서 일하는 모습, 하지만 다리가 아파오는 표정

월요일

아침부터 서서 일하기.

“자세가 좋아지는 느낌.”
“확실히 덜 졸리네.”

2시간 후.

“다리가 좀 아프네…”

의자 없앰. 앉을 유혹 제거.

버티기.

3시간 후.

“발바닥이 뜨겁다…”

피로감 시작.

화요일

“어제 너무 무리했나.”

오늘은 1시간 서고 30분 앉기.

근데 의자 없앴음.

바닥에 앉음.

“이건 아닌데…”

수요일

발 매트 검색.

항피로 매트 구매: 89,000원

“이거 깔면 발 안 아플 거야.”

목요일

매트 도착.

확실히 좀 낫다.

근데 여전히 2시간 지나면 힘듦.

금요일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낮은 높이로…”

앉아서 일함.

첫 주 결과:
– 선 시간: 하루 평균 3시간
– 앉은 시간: 하루 평균 5시간
– 추가 지출: 89,000원 (매트)

둘째 주: 현실과의 타협

월요일

의자 다시 가져옴.

“일단 옵션으로만.”

아침에 서서 시작.

1시간 후.

“미팅 있는데 서서 하면 이상하겠지…”

앉음.

미팅 끝.

“일어나기 귀찮은데…”

계속 앉음.

화요일

“오전에만 서자.”

오전 서서 일함.

점심 먹고 앉음.

일어나지 않음.

수요일

아침부터 피곤함.

“오늘은 앉아서 시작하고 나중에…”

하루 종일 앉음.

목요일

“어제 안 섰으니까 오늘은 꼭…”

점심까지 섬.

“허리가…”

앉음.

금요일

스탠딩 데스크, 낮은 높이로 고정.

그냥 일반 책상처럼 사용.

둘째 주 결과:
– 선 시간: 하루 평균 1.5시간
– 앉은 시간: 하루 평균 6.5시간

셋째 주: 포기의 조짐

높이 조절 버튼:

마지막으로 누른 날: 화요일

현재 상태:

낮은 높이로 고정.

의자에 앉아서 일함.

스탠딩 데스크가 아니라 그냥 비싼 책상.

한 달 후: 결산

스탠딩 데스크가 낮은 높이로 고정되어 그냥 책상으로 쓰이는 모습, 의자가 옆에 있음

스탠딩 데스크 사용 패턴:

  • 1주차: 하루 3시간 서서 일함
  • 2주차: 하루 1.5시간
  • 3주차: 하루 30분
  • 4주차: 0분

총 투자:
– 스탠딩 데스크: 890,000원
– 항피로 매트: 89,000원
총: 979,000원

생산성 도구에 200만원 썼던 경험이 생각났다. 장비에 돈 쓰면 생산성이 올라갈 줄 알았다.

현재 상태:

높이 조절 기능: 사용 안 함
전동 모터: 잠들어 있음
그냥 비싼 책상으로 사용 중

왜 서서 일하기가 안 됐을까

1. 피로 과소평가

서 있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2시간 = 한계

그 이상은 집중이 아니라 버티기.

2. 습관의 힘

20년간 앉아서 공부하고 일했다.

새 습관이 2주 만에 될 리 없다. 30일 챌린지도 3일 만에 포기했던 기억이 났다.

3. 환경과의 불일치

미팅은 앉아서.
동료는 앉아 있음.
카페도 의자.

혼자만 서 있으면 이상함.

4. 생산성과 자세의 착각

착각:
서서 일하면 = 생산적

현실:
생산성 = 집중 × 시간
자세 ≠ 생산성

편한 자세 = 더 오래 집중

5. 도구가 습관을 만들지 않음

스탠딩 데스크가 있어도 안 서면 의미 없음.

비슷한 실수들

이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완벽한 작업 환경 세팅에 3개월을 쓰고도 일은 안 했던 경험과 똑같았다. 장비가 생산성을 만든다는 믿음.

도구 탓은 핑계였다.

스탠딩 데스크가 맞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추천:

  1. 이미 서서 일하는 습관이 있음
  2. 직업상 자주 움직여야 함
  3. 허리 문제로 앉기 힘듦
  4. 짧은 시간만 집중 업무

이런 사람은 비추:

  1. 하루 8시간 책상 앞에 있음
  2. 앉아서 일하는 게 익숙함
  3. 집중 시간이 길어야 함
  4. 서 있으면 피곤해짐

나는 후자였다.

현재 상태

스탠딩 데스크:
– 높이: 최저로 고정
– 전동 버튼: 먼지 쌓임
– 용도: 일반 책상

의자:
– 20만원짜리 인체공학 의자
– 허리 받침 있음
– 편함

생산성:
– 스탠딩 때: 하루 5시간 집중
– 앉아서: 하루 7시간 집중

앉아서 일할 때 더 오래 집중했다.

깨달은 것

1. 불편함 ≠ 생산성

불편하면 일 못 한다.
편해야 오래 집중한다.

2. 유행 ≠ 정답

남들이 좋다고 나한테 맞는 게 아니다.
완벽한 생산성 시스템을 찾느라 3년을 헤맸던 시간이 떠올랐다. 남의 시스템은 나한테 안 맞는다.

3. 도구 < 습관

100만원 책상보다 집중 습관이 중요하다.

4. 시험해보고 사라

정답:
– 카페에서 서서 일해보기
– 회사 스탠딩 존 써보기
– 최소 2주 테스트

오답 (내가 한 것):
– 바로 90만원 지름
– 2주 만에 포기
– 비싼 책상 획득

불렛저널을 완벽하게 만들고 한 달도 못 썼던 일과 정확히 같은 패턴이었다.

지금 드리는 조언

스탠딩 데스크 사려는 분께.

1. 먼저 테스트

박스 위에 노트북 올려놓고 일주일 서서 일해보기.
이게 안 되면 스탠딩 데스크 사도 안 됨.

2. 수동부터

처음엔 저렴한 수동 크랭크 방식.
습관 되면 전동으로 업그레이드. 완벽한 노트 앱을 찾아 12개를 옮겨 다녔던 경험에서 배웠다. 작게 시작해야 한다.

3. 기대치 낮추기

“하루 8시간 서서 일해야지” ✗
“하루 1-2시간만 서보자” ○

4. 의자 유지

의자 없애지 마라.
앉을 옵션 있어야 지속 가능.

결론: 비싼 책상은 생산성을 안 준다

스탠딩 데스크의 역설:

문제:
– 서 있는 건 생각보다 힘듦
– 습관 안 되면 무용지물
– 도구가 생산성 만들지 않음
– 결국 앉아서 쓰게 됨

해결:
– 사기 전에 테스트
– 기대치 낮추기
– 습관 먼저, 장비 나중
– 편한 게 최고

90만원짜리 스탠딩 데스크보다,
10만원짜리 편한 의자가 생산성에 더 좋다.

가장 좋은 작업 환경은 비싼 장비가 아니라 익숙한 환경이다.

장비 탓하지 말고, 그냥 일하면 된다.


P.S. 스탠딩 데스크 중고로 팔까 고민 중이다. 근데 조립/해체 생각하면 귀찮아서 그냥 쓴다.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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