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다가 파일은 하나도 못 정리했다

태그만 잘 달면 뭐든 찾을 수 있겠지

태그만 잘 달면 뭐든 찾을 수 있겠지

완벽한 태그 시스템을 설계하며 희망에 찬 표정

“폴더로 분류하면 한계가 있어.”
“태그를 쓰면 다중 분류가 가능하다.”
“제텔카스텐도 태그가 핵심이래.”

노트 앱 유튜브에서 배웠다. 폴더는 구식이고, 태그가 미래라고.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었는데 한 번도 안 썼던 경험이 떠올랐다.

태그 시스템만 잘 만들면 모든 게 정리될 거야.

태그 시스템 설계 시작

태그 시스템 설계 시작

목표: 모든 파일을 태그로 분류하고 언제든 찾기

참고 자료:
– PARA 방법론
– 제텔카스텐
– 태그 네임스페이스
– 온톨로지 설계

“체계적으로 해보자.”

1단계: 상위 카테고리

#프로젝트
#영역
#자료
#아카이브

PARA 방식 그대로.

2단계: 하위 분류

#프로젝트/업무
#프로젝트/사이드
#프로젝트/학습

#영역/건강
#영역/재정
#영역/관계
#영역/커리어

#자료/아티클
#자료/책
#자료/영상
#자료/팟캐스트

3단계: 상태 태그

#상태/진행중
#상태/보류
#상태/완료
#상태/참고

4단계: 우선순위

#중요도/높음
#중요도/중간
#중요도/낮음

5단계: 날짜 태그

#2024
#2024/Q1
#2024/Q2
...

“좋아, 이제 완벽해졌어.”

태그가 늘어나기 시작

태그가 늘어나기 시작

태그가 186개로 늘어나 복잡해진 시스템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

추가 태그들:

#유형/메모
#유형/회의록
#유형/아이디어
#유형/리서치
#유형/일지

#소스/웹
#소스/책
#소스/대화
#소스/강의

#형식/텍스트
#형식/이미지
#형식/PDF
#형식/링크

한 달 후:

태그 개수: 127개

“아직 더 필요할 수도…”

#감정/영감
#감정/회의감
#감정/동기부여

#맥락/출퇴근
#맥락/야간
#맥락/주말

#연결/관련문서있음
#연결/고아노트
#연결/허브노트

태그: 186개

실제 파일에 태그 달기

첫 번째 파일:

“이 회의록에 어떤 태그를 달지?”

- #프로젝트/업무 ✓
- #유형/회의록 ✓
- #상태/진행중 ✓
- #2024/Q4 ✓
- #중요도/높음? 중간?
- #소스/대화? 아니면 #소스/회의?
- #맥락은... 업무니까 안 달아도 되나?

10분 경과.

1개 파일에 10분.

두 번째 파일:

아티클 스크랩.

- #자료/아티클 ✓
- #유형/리서치? #유형/메모?
- #영역/... 건강? 커리어? 둘 다?
- #소스/웹 ✓
- #상태는... 읽었으니까 #상태/참고?

8분 경과.

세 번째 파일 포기:

“이건 나중에 달아야지…”

태그 결정 피로

매 파일마다:

  1. 186개 태그 중 해당되는 것 찾기
  2. 상위/하위 구조 기억하기
  3. 비슷한 태그 중 뭘 쓸지 고민
  4. 여러 태그 조합 선택
  5. “이게 맞나?” 의심

시간: 파일당 5-10분

원래 파일 저장: 10초

50배 느려짐.

결과: 미정리 파일 산더미

2개월 후:

  • 태그 시스템: 완성 (186개 태그)
  • 태그 가이드 문서: 10페이지
  • 실제 태그 단 파일: 23개
  • 태그 없는 파일: 450개 이상

태그 시스템 만드느라 정리를 못 했다. Notion 템플릿 300개 모으고 0개 쓴 경험과 정확히 같았다.

분석: 왜 실패했을까

태그를 고르다가 지쳐서 그냥 저장하는 모습

1. 결정 과부하

186개 태그 = 186개 선택지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이 어렵다.

2. 완벽주의

“정확한 태그를 달아야 해”

틀릴까 봐 아예 안 달게 됨.

3. 태그 ≠ 정리

태그 시스템 설계 = 메타 작업
파일 정리 = 실제 작업

메타 작업에 시간 다 씀. 완벽한 지식 관리 시스템을 만들다가 정작 배우지 못했던 일이 생각났다.

4. 미래의 나를 과대평가

“나중에 이 태그로 검색하면…”

실제로 태그로 검색한 적: 3번

검색창에 키워드 치는 게 더 빠르다.

5. 유지 비용

태그 186개 = 기억해야 할 것 186개

시간이 지나면 어떤 태그가 있었는지도 잊어버림. 노트 앱 12개 옮겨 다녔던 경험에서 배웠어야 했다.

새로운 방식: 태그 10개 이하

규칙:

  1. 태그 10개 이하만 유지
  2. 계층 구조 없음
  3. 생각 없이 달 수 있어야 함

현재 태그:

#업무
#개인
#중요
#참고
#아이디어
#나중에

6개.

태그 규칙:

  • 2초 안에 결정 안 되면 태그 안 달기
  • 여러 개 해당되면 하나만 고르기
  • 태그 없어도 됨

현재 파일 정리 방식

저장 시:

  1. 파일 저장 (10초)
  2. 태그 생각 (2초)
  3. 해당되면 달고, 아니면 패스

나중에 찾을 때:

  1. 검색창에 키워드 입력
  2. 찾음

태그 186개일 때:
– 저장: 10분
– 검색: 태그 기억 안 나서 결국 키워드 검색

태그 6개일 때:
– 저장: 12초
– 검색: 키워드 검색

결과는 같고 시간은 50배 절약.

비교

태그 186개:
– 설계 시간: 2주
– 파일당 태깅: 5-10분
– 실제 사용: 23개 파일
– 미정리: 450개
– 스트레스: 높음

태그 6개:
– 설계 시간: 5분
– 파일당 태깅: 2초
– 사용률: 80% 파일
– 미정리: 거의 없음
– 스트레스: 없음

깨달은 것

1. 분류는 도구일 뿐

파일 정리의 목적은 분류가 아니라 나중에 찾기.
완벽하게 분류해도 못 찾으면 의미 없다. 북마크를 완벽하게 정리하고도 사용 안 했던 경험이 증명한다.

2. 검색 > 분류

현대 도구들은 검색이 강력하다.
태그보다 키워드 검색이 더 빠르다.

3. 적을수록 좋다

태그 186개 < 태그 6개

적은 게 더 잘 작동한다.

4.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완벽한 태그 시스템 = 사용 안 하는 시스템

충분히 좋은 시스템 = 매일 쓰는 시스템. 데스크톱 완벽하게 정리하고 다시 지저분해졌던 일도 같은 이유였다.

5. 메타 작업의 함정

시스템 만드는 건 기분 좋다.
근데 실제 작업은 아니다.

지금 드리는 조언

태그 시스템 만들려는 분께.

1. 10개 이하

태그는 10개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관리 비용이 더 크다.

2. 계층 금지

프로젝트/업무/A팀/기획 ❌

업무 ✓

깊어질수록 복잡해진다.

3. 2초 룰

2초 안에 태그 결정 안 되면 안 달기.
고민이 필요하면 시스템이 복잡한 것. 이메일 필터 47개 만들었다가 실패한 이유와 같다.

4. 검색 믿기

태그 없어도 검색으로 찾는다.
태그는 보조 수단일 뿐.

결론: 태그보다 저장이 먼저다

태그 시스템의 역설:

문제:
– 태그가 많으면 결정 피로
– 완벽하게 달려다 아예 안 달게 됨
– 시스템 설계가 실제 작업을 대체
– 결국 검색으로 찾음

해결:
– 태그 10개 이하
– 계층 없이 평면적으로
– 2초 안에 결정
– 못 정하면 패스

186개 태그로 완벽하게 분류하는 것보다,
6개 태그로 대충 저장하는 게 100배 낫다.

가장 좋은 태그 시스템은 생각 없이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태그 고민하지 말고, 그냥 저장하면 된다.


P.S. 186개 태그 시스템 설계서는 아직 있다. 2주간의 노력. 근데 그 문서를 찾을 때도 검색창에 “태그”라고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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