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탭을 완벽하게 정리했는데 정작 탭은 다시 쌓였다

“탭만 정리하면 집중력이 올라갈 거야”

브라우저를 열 때마다 불안했다.

탭이 73개나 열려 있었다.

파비콘도 안 보이고, 제목도 잘려서:
GitHub - a...
React Doc...
Stack Ove...

“뭐가 뭔지 모르겠네…”

한 번씩 클릭해서 확인하다가 시간만 낭비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탭을 정리해야겠어!”

유튜브에 “브라우저 탭 정리법”을 검색했다.

완벽한 탭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복잡한 탭 그룹과 확장 프로그램 설정

영상에서 추천하는 방법:

1. 탭 그룹 (Chrome 기본 기능)
– 빨강: 긴급
– 파랑: 업무
– 초록: 학습
– 회색: 나중에 읽기

2. OneTab 확장 프로그램
– 탭 전체를 리스트로 저장
– 필요할 때 다시 열기
– 메모리 절약

3. Session Buddy
– 세션 자동 저장
– 크래시 복구
– 세션 간 전환

“오! 이거면 완벽하겠는데?”

3개 확장 프로그램을 깔고, 73개 탭을 하나씩 분류했다.

2시간 소요.

완성된 구조:

🔴 긴급 (5개)
🔵 업무 - 개발 (12개)
🔵 업무 - 회의자료 (8개)
🟢 학습 - React (15개)
🟢 학습 - Python (9개)
⚪ 나중에 읽기 (24개)

“완벽해! 이제 탭이 깔끔하게 정리됐어!”

북마크를 완벽하게 정리할 때처럼, 정리 자체가 생산적이라고 착각했다.

새 탭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탭 그룹 선택 창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고 나니, 새 탭 열기가 복잡해졌다.

구글 검색으로 새 탭을 열었다.

“이 탭을 어느 그룹에 넣지?”

  • “업무인가? 아니면 학습인가?”
  • “React 관련인데… 업무로도 쓰고 학습용이기도 하고…”
  • “긴급은 아니지만… 중요하긴 해…”

30초 고민.

“일단 그룹 없이 두고, 나중에 정리하자.”

그렇게 그룹 없는 탭이 19개가 쌓였다.

“나중에 분류해야지…”

Trello에서 카드를 어느 칼럼에 넣을지 고민하던 것과 똑같았다. 분류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탭 정리가 일상 루틴이 되었다

매일 저녁:

“오늘도 탭 정리하는 시간!”

  1. 그룹 없는 탭들 (19개) 하나씩 확인
  2. 각 그룹으로 분류
  3. “나중에 읽기”는 OneTab으로 저장
  4. 오래된 탭은 닫기

30분 소요.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 “오, 이 글 좋은데?” → 읽기 시작 → 20분 경과
– “이거 벌써 열어뒀었네?” → 중복 발견 → 닫기
– “이게 뭐였더라?” → 클릭 → 404 에러 → 닫기
– “이 그룹인가, 저 그룹인가?” → 고민 → 5분 경과

결국 19개 중 10개만 정리하고 지침.

“내일 계속…”

메모 앱에서 노트 정리에 매일 시간을 쏟았던 것처럼, 정리 자체가 일상 루틴이 되었다.

OneTab에 저장만 하고 다시 열지 않았다

OneTab은 마법 같았다.

“Save All Tabs” 클릭 한 번에 73개 탭이 리스트로 저장되고, 브라우저는 깨끗해졌다.

“오! 완전 깔끔해졌어!”

탭을 닫지 않고 저장했으니 안심이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여기서 다시 열면 되니까!”

3개월 후, OneTab을 확인했다.

저장된 세션:
– 2025-08-15: 73 tabs
– 2025-08-22: 45 tabs
– 2025-09-03: 61 tabs
– 2025-09-17: 52 tabs
– …

총 892개 탭.

“우와… 엄청나다…”

하지만:
– 다시 연 탭: 3개
– 저장한 후 완전히 잊어버림: 889개

왜냐하면:
– 제목만 봐서는 뭔지 기억 안 남
– 저장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님
– 필요하면 그냥 구글 검색하는 게 더 빠름

Pocket에 500개 저장했지만 안 읽았던 경험과 똑같았다. 저장 ≠ 활용.

결국 탭은 다시 쌓였다

완벽한 시스템을 만든 지 한 달 후.

브라우저를 열었다.

탭 개수: 80개

“…”

분류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 긴급 (12개) ← 다 처리 안 함
🔵 업무 - 개발 (23개) ← 3배 증가
🟢 학습 - React (18개) ← 안 읽음
⚪ 나중에 읽기 (27개) ← 계속 쌓임

그룹화했지만 탭은 닫지 않았다.

“일단 그룹에 넣어놨으니까 나중에 볼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 긴급 그룹: 긴급 아니었음
– 학습 그룹: 안 읽음
– 나중에 읽기: 절대 안 읽음

포모도로 타이머로 시간을 관리하려 했지만 오히려 시간에 쫓긴 것처럼, 탭 그룹이 탭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열게 만들었다.

탭 그룹 ≠ 탭 관리

깨달았다.

탭을 그룹화하는 건, 탭을 줄이는 게 아니었다.

  • 탭 그룹 만들기: 매일 30분
  • 실제로 탭 줄이기: 0분
  • 여전히 80개 탭

왜냐하면:

1. 그룹화는 닫기가 아니다
– 그룹에 넣으면 “정리된 것 같은 느낌”
– 하지만 탭은 여전히 열려 있음
– 메모리도 여전히 사용 중

2. “나중에”는 거짓말
– “나중에 읽기” 그룹 = 절대 안 읽기
– 저장하는 순간 이미 관심 없어짐
– 일주일 지나면 뭔지도 기억 안 남

3. 필요하면 검색하는 게 더 빠름
– 탭 80개 중에서 찾기: 2-5분
– 구글 검색: 5초

모든 탭을 닫았다

결심했다.

“Ctrl+W (⌘+W) 연타로 다 닫자.”

한 번에 80개를 닫는 건 무서웠다.

“혹시 중요한 거 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생각해보니:
– 정말 중요하면 이미 북마크했을 것
– 정말 필요하면 검색으로 다시 찾을 것
– 기억도 안 나는 탭은 이미 쓸모없음

“Ctrl+Shift+T로 복구할 수 있잖아.” (안심)

그래서 전부 닫았다.

Before (80개 탭):
– 탭 정리 시간: 매일 30분
– 탭 그룹: 6개
– 실제 사용하는 탭: 5개
– Chrome 메모리: 4GB
– 브라우저 속도: 느림

After (5개 탭):
– 탭 정리 시간: 0분
– 탭 그룹: 0개
– 실제 사용하는 탭: 5개 (동일)
– Chrome 메모리: 800MB
– 브라우저 속도: 빠름

지금은 이렇게 한다

1. 탭은 “지금 쓰는 것”만
– 5-10개 이하 유지
– 오늘 안 쓰면 닫기
– “나중에”는 없음

2. 나머지는 북마크나 검색
– 정말 중요하면 북마크 (5개만)
– 나머지는 구글 검색으로 다시 찾기
– 기억 안 나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것

3. OneTab/Session Buddy 삭제
– 저장 기능은 “안 닫아도 된다”는 핑계만 만듦
– 탭 892개 저장했지만 3개만 다시 열었음
– 확장 프로그램 자체가 메모리 차지

4. 주소창 검색 활용
– “react docs” 입력 → 자동완성
– “github issue” → 바로 나옴
– 탭 80개 중에서 찾는 것보다 빠름

배운 교훈: 정리 ≠ 관리

탭 그룹은:
정리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탭을 줄이지 않았다

탭 80개를 6개 그룹으로 분류하느라 매일 30분을 쓰는 동안:
– 실제로 사용하는 탭은 5개였고
– 나머지 75개는 한 번도 안 열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폴더 구조가 완벽했지만 필요한 파일은 검색으로 찾았던 것처럼, 탭 그룹 개수와 이름은 생산성의 척도가 아니었다.

데스크톱을 매주 정리했지만 다시 파일이 쌓이기만 했던 것도 같은 패턴이었다. 정리는 유지되지 않았다.

웹사이트 차단 앱으로 유튜브를 강제로 막으려 했지만 결국 차단 해제만 반복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도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 얼마나 잘 분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닫느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금 닫기 > 나중을 위해 저장

당신의 탭은 도구인가, 무덤인가?

확인해보자.

  • 탭이 30개 이상이라면?
  • “나중에 읽기” 그룹에 20개 이상 쌓여있지 않은가?
  • OneTab에 저장만 하고 다시 열지 않는가?
  • 필요한 페이지를 새로 검색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과감하게 닫아도 괜찮다.

나는 80개를 닫고 5개만 남겼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탭 정리에 쓰던 시간을, 실제 작업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Productivity Paradox” 시리즈의 포스트입니다. 생산성 도구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솔직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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