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차단 앱을 설치했는데 정작 차단 해제만 했다

“유튜브만 안 보면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유튜브만 안 보면 집중할 수 있을 텐데

작업을 시작하려고 노트북을 켰다.

10분 후.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아, 맞다. 작업하려고 했는데…”

브라우저 탭 73개를 정리하려다 또 유튜브를 보고 있던 그때가 떠올랐다. 브라우저를 닫고 다시 작업 시작.

5분 후.

또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내 자제력이 문제야. 뭔가 강제로 막아야 해.”

그래서 검색했다.

“집중력 앱”, “웹사이트 차단 앱”, “유튜브 차단 프로그램”

Freedom, Cold Turkey, StayFocusd…

리뷰를 읽었다.

“이 앱 덕분에 시험 합격했어요!”
“생산성이 300% 올랐습니다!”
“더 이상 유튜브에 시간 낭비 안 해요!”

“이거다!”

그날 바로 Freedom을 구독했다.

완벽한 차단 리스트를 만들었다

처음엔 신중하게 접근했다.

“어떤 사이트를 차단해야 할까?”

Trello 보드를 완벽하게 구성하던 때처럼, 차단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 YouTube
– Netflix
– Twitter
– Instagram
– Facebook
– Reddit
– 커뮤니티 사이트들
– 게임 사이트들

“오, 이제 이 사이트들 다 안 보겠네!”

설정을 더 추가했다:
차단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업무 시간)
주말 제외: 주말엔 쉬고 싶으니까
예외 허용: 긴급한 경우 해제 가능

“완벽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첫날은 정말 효과가 있었다

집중 모드 활성화

작업 중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열려고 했다.

차단 화면이 떴다.

“Access Denied. This site is blocked.”

“오! 이거 진짜 막히네!”

작업으로 돌아갔다.

30분 후, 트위터를 열려고 했다.

또 차단됐다.

“좋아, 이제 정말 집중할 수 있겠어.”

첫날은 정말 생산적이었다.

유튜브 안 봤고, SNS 안 봤고, 작업에만 집중했다.

“이 앱 짱이다! 왜 진작 안 썼지?”

둘째 날부터 차단 해제를 배웠다

둘째 날.

작업 중 궁금한 게 생겼다.

“이 기능 어떻게 구현하지? 유튜브 튜토리얼 보면 되는데…”

유튜브를 열려고 했다.

차단됐다.

“아, 맞다. 차단했지.”

“근데 진짜 필요한데? 일 때문에 봐야 하는데?”

Freedom 앱을 열었다.

“Stop Session” 버튼이 있었다.

클릭.

“Are you sure?”

“Yes.”

차단 해제됐다.

유튜브를 열었다.

튜토리얼을 봤다.

그런데…

유튜브 추천 영상이 보였다.

“오, 이거 재미있어 보이는데?”

클릭.

10분 후, 추천 영상 3개를 연달아 보고 있었다.

“아… 또 이러고 있네.”

하루에 5번씩 차단 해제를 하게 됐다

차단 해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손

셋째 날부터는 익숙해졌다.

작업 중 유튜브가 보고 싶어졌다.

→ Freedom 열기
→ Stop Session
→ 유튜브 보기

30분 후, 다시 차단 활성화.

1시간 후, 또 해제.

하루에 차단 해제를 5번씩 하고 있었다.

차단 앱을 쓰기 전:
– 유튜브 무의식적으로 열기 → 바로 보기

차단 앱을 쓴 후:
– 유튜브 보고 싶음 → Freedom 앱 열기 → 차단 해제 → 유튜브 보기

오히려 단계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었다.

더 강력한 설정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쉽게 해제할 수 있어서 그래. 더 강력한 옵션이 있을 거야.”

Freedom 설정을 다시 열었다.

“Locked Mode” 발견.

“이 모드를 켜면 세션 중에는 절대 해제 불가능!”

“오, 이거다!”

세션을 시작했다.

30분 후.

진짜로 필요한 자료가 차단된 사이트에 있었다.

“어? 해제가 안 돼?”

Freedom 앱을 열었다.

“Locked Mode는 세션이 끝날 때까지 해제 불가능합니다.”

“아…”

남은 시간: 5시간 30분

결국:
– 핸드폰으로 자료 찾기
– 다른 컴퓨터 쓰기
– 그냥 포기하고 다른 작업하기

차단 앱이 오히려 생산성을 방해했다.

차단 리스트를 계속 조정하게 됐다

“특정 사이트만 너무 강하게 차단한 게 문제야.”

차단 리스트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1주차:
– YouTube 전체 차단

2주차:
– “아니다, 튜토리얼은 봐야 해”
– YouTube 추천 페이지만 차단
– 검색은 허용

3주차:
– “검색 결과에서 추천이 보이네?”
– 특정 채널만 차단
– 나머지는 허용

4주차:
– “이것도 저것도 복잡해”
– 전부 해제

차단 설정 조정하는 데만 하루 1시간씩 썼다.

IFTTT 자동화 레시피를 만드느라 4시간을 쓴 것과 같았다. 도구 설정이 진짜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 깨달은 것: 외부 통제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차단 앱을 한 달 쓰고 나서 알았다.

문제는 “웹사이트”가 아니라 “나”였다.

차단 앱을 쓰면서:
– 유튜브는 차단됐지만 → 넷플릭스를 봤고
– SNS는 차단됐지만 → 커뮤니티를 봤고
– 모든 걸 차단하면 → 핸드폰을 봤다

회피할 방법은 언제나 있었다.

데스크톱을 완벽하게 정리해도 다시 지저분해진 것처럼, 외부 도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차단 앱은 증상만 막았을 뿐,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

“진짜 집중”은 차단이 아니라 의지였다

나중에 알았다.

차단 없이도 집중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 정말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때
– 마감이 급박할 때
– 결과가 명확하게 보일 때

이럴 때는 차단 앱 없이도 유튜브를 안 봤다.

포모도로 타이머 없이도 몰입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진짜 집중은 외부 도구가 아니라 내적 동기에서 나왔다.

반대로:
–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 목표가 불명확할 때
– 지루할 때

이럴 때는 차단 앱이 있어도 핸드폰을 봤다.

캘린더를 15분 단위로 완벽하게 채워도 실행은 못 했던 것처럼, 외부 통제는 의지를 대체할 수 없었다.

목표 15개를 SMART하게 세웠지만 달성은 0개였던 것도 같은 패턴이었다. 완벽한 설정이 오히려 포기를 만들었다.

집중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완벽하게 만들느라 일주일을 쓴 것도 마찬가지였다. 도구 설정이 집중을 방해했다.

진짜 문제는:
– “방해 요소”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차단 앱을 안 쓴다

깨끗한 데스크톱, 차단 앱 없음

Freedom을 삭제했다.

지금은 차단 없이 작업한다.

대신 이렇게 한다:

1. 작은 목표부터 시작
– “3시간 집중”이 아니라
– “이 기능 하나 완성”

2. 재미있는 부분 찾기
–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 하고 싶어지는 방법 찾기

3. 환경 바꾸기
– 집에서 안 되면 카페 가기
– 노트북 대신 태블릿 쓰기

4. 쉴 때는 확실히 쉬기
– 유튜브 보고 싶으면 보기
– 대신 “쉬는 시간”이라고 인정하기
– 죄책감 없이 즐기기

차단 앱 없이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차단을 풀고 나니 유튜브를 덜 보게 됐다.

차단 앱의 함정

차단 앱은 이렇게 속삭인다:

“나만 설치하면 집중력이 생겨.”

하지만 실제로는:

외부 통제는 내부 의지를 대체할 수 없다.

진짜 집중력은:
– 강제 차단이 아니라
하고 싶어지는 동기에서 나오고
– 외부 제약이 아니라
내적 의지에서 나온다

“차단”으로는 집중할 수 없다.
“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집중할 수 있다.

차단 앱을 쓰려는 순간, 한 번 물어보자:

“정말 문제는 유튜브일까, 아니면 내가 하는 일이 재미없는 걸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