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하면 시간을 엄청 절약할 수 있어”

유튜브에서 또 생산성 영상을 봤다.
“IFTTT 하나면 반복 작업을 전부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영상 속 사람은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자동으로 Dropbox에 저장되고, 트위터 트윗이 자동으로 Notion에 백업되고, Gmail에 온 중요 메일이 자동으로 Slack으로 알림 오고…”
와, 이거다.
나는 곧바로 IFTTT 계정을 만들었다.
첫 레시피는 정말 신기했다
“Instagram에 사진 올리면 → Google Drive에 자동 저장”
간단한 레시피였다.
클릭 몇 번으로 설정 완료.
사진을 하나 올려봤다.
5분 후.
Google Drive를 확인했다.
“와… 진짜 들어갔네.”
이게 자동화구나.
이제 매번 수동으로 저장 안 해도 되는 거잖아?
그래서 더 많은 자동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 레시피가 성공하자 욕심이 생겼다.
“이것도 자동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Trello 보드를 완벽하게 꾸미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랬다. 하나 만들면 또 만들고 싶어지고.
그래서 더 만들기 시작했다.
레시피 2: Twitter 트윗 → Notion 데이터베이스
레시피 3: Gmail 라벨 → Trello 카드 생성
레시피 4: YouTube ‘나중에 볼 동영상’ → Google Sheets
레시피 5: Reddit 저장 → Pocket 자동 추가
레시피 6: Slack 중요 메시지 → Evernote 저장
하나 만들 때마다 “오, 이것도 되네?” 하면서 또 생각났다.
“이것도 자동화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문제는 “실제로 쓸 일”이 없다는 거였다
레시피를 10개쯤 만들고 나서 깨달았다.
“그래서… 이게 지금 뭐가 자동화되고 있는 거지?”
Instagram에 사진은 거의 안 올린다.
Twitter는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YouTube 나중에 볼 동영상? 저장만 하고 실제로 본 적은 없는 ‘나중에 읽기’와 똑같았다. 어차피 안 본다.
내가 자동화한 건, 내가 거의 안 하는 작업들이었다.
자동화는 됐지만, 자동화할 필요가 없는 것들만 자동화한 셈이었다.
그래도 “혹시 나중에 쓸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안 쓰지만, 나중에 Instagram 열심히 하면 유용하겠지?”
그래서 레시피를 지우지 않았다.
대신 더 만들었다.
“언젠가 쓸 수도 있잖아.”
메모 앱에 모든 걸 저장했지만 정작 찾아보지 않았던 것과 비슷했다. 만들어두면 언젠가 쓸 거라고 믿었다.
레시피가 20개를 넘어갔다.
그중에서 실제로 작동한 건 2개 정도였다.
나머지 18개는 그냥… 있었다.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자동화하는 건지도 가물가물했다.
자동화가 망가지면 고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어느 날 IFTTT에서 알림이 왔다.
“레시피 실행 실패: Gmail to Trello”
뭐지?
확인해보니 Trello 연동이 끊어져 있었다.
“아, 다시 연결하면 되겠지.”
재연결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에러가 떴다.
“Trello 보드를 찾을 수 없음”
아, 그 보드 지웠지.
그럼 새 보드로 바꿔야 하나?
설정을 다시 열었다.
그런데 이 레시피가 정확히 뭘 하는 거였더라?
Gmail에서 어떤 라벨을 Trello로 보내는 거였지?
기억이 안 났다.
결국 레시피를 그냥 껐다.
“나중에 다시 설정하지 뭐.”
하지만 나중은 오지 않았다.
Zapier로 갈아타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IFTTT는 제한이 많아. Zapier는 더 강력하대.”
그래서 Zapier도 가입했다.
노션이 부족해서 Notion AI를 쓰고, Obsidian을 쓰고, 결국 다시 노션으로 돌아왔던 것처럼, 도구만 바꾸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Zapier는 IFTTT보다 훨씬 복잡했다.
조건 분기, 필터, 다단계 자동화…
“와, 이건 진짜 프로용이네.”
그래서 더 복잡한 자동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Gmail에서 특정 키워드가 들어온 메일만 → Notion에 저장하고 → Slack으로 알림 보내고 → Google Calendar에 일정 추가”
설정하는 데 한 시간 반 걸렸다.
테스트해봤다.
작동했다!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그런 메일이 올 일이 거의 없었다.
결국 깨달은 것: 자동화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자동화 도구를 쓰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이거였다.
“이걸 자동화하면 얼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화 레시피 만드는 데 쓴 시간 >>> 절약된 시간
시간 추적 앱으로 하루를 분석하는 데 오히려 시간을 더 쓴 것과 같았다.
Instagram 사진 백업 자동화?
→ 설정 시간 30분, 실제 사용 횟수 3번
→ 수동으로 했으면 1분씩 3번 = 3분
Gmail to Trello 자동화?
→ 설정 시간 1시간, 실제 작동 횟수 2번
→ 수동으로 했으면 2분씩 2번 = 4분
YouTube to Sheets 자동화?
→ 설정 시간 20분, 실제 확인 횟수 0번
내가 절약한 시간: 7분
자동화 설정에 쓴 시간: 4시간
포모도로 타이머 설정하는 데 집중 시간을 쓰고, 캘린더에 완벽한 일정을 짜는 데 하루가 다 간 것처럼, 도구 설정이 진짜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웹사이트 차단 앱으로 유튜브를 막으려다 차단 설정만 조정한 것도 같았다. 도구를 완벽하게 만들려다 정작 일은 못 했다.
“진짜 필요한 자동화”는 따로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진짜 시간을 절약해주는 건, 복잡한 IFTTT 레시피가 아니었다.
진짜 필요한 자동화:
– 은행 자동이체
– 클라우드 자동 백업
– 이메일 필터 (스팸, 광고)
– 앱 자동 업데이트
이런 것들은 한 번 설정하면 끝이고, 실제로 매일 시간을 절약해준다.
반면 내가 만든 IFTTT 레시피들은:
– 설정이 복잡하고
– 자주 고장 나고
– 실제로 쓸 일이 거의 없고
– 관리하는 데 시간이 더 들었다
지금은 자동화를 거의 안 쓴다

IFTTT 레시피는 전부 껐다.
Zapier도 해지했다.
지금은 정말 필요한 것만 자동화한다:
– Gmail 필터 (광고 자동 삭제)
– Google Photos 자동 백업
– 끝
그게 다다.
복잡한 자동화는 만들지 않는다.
“이거 자동화하면 좋겠다” 싶을 때마다 물어본다:
- 이 작업을 실제로 얼마나 자주 하나?
- 수동으로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 자동화 설정하고 유지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대부분은 그냥 수동으로 하는 게 더 빠르다.
자동화의 함정
자동화 도구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걸 자동화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화 설정 자체가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진짜 생산성은:
– 복잡한 자동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 정말 자주 하는 일을 자동화하는 것
– 아니면 그냥 빠르게 수동으로 처리하는 것
“이걸 자동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생각을 자동화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자.
그냥 직접 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